표지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김덕룡·박찬종 변심하는가

(사진/이회창과 이수성을 놓고 김덕룡.빅찬종 후보의 저울질이 한창이다. 7월5일 신한국당 합동연설회 단상의 자리배치는 그들의 고민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덕룡 박찬종 두 후보는 과연 반이회창 노선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아 니면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것인가.

신한국당 경선의 핵심 변수였던 정치발전협의회 지도부가 당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회창 후보의 대항마로 이수성 고문을 낙점하자 그동안 민주계의 낙점을 기대하며 반이회창 전선에 동참해온 이들의 선택에 정치 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창·이수성쪽 모두 원한다

민주계의 선택에 따라 이회창 대 반이회창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전개 되던 지금까지의 경선구도가 단숨에 이회창 대 이수성의 대결로 전환되면 서 두 후보의 선택이 경선판도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의 복잡한 경선구도는 이들 두 후보의 선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 고 있다. 지금까지 이회창 후보의 절대적 우위와 이인제 후보의 추격이라 는 큰축에 가려 열세를 면치 못했던 이수성 후보는 정발협의 이번 결정으 로 2위의 자리는 넘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최종 승자가 되기에는 힘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민적 지지율이 한자리수에 머무르고 있고 대 의원 지지 또한 이인제 후보보다 뒤처져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회 창 후보를 누르기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인 것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회창 후보 역시 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기는 마찬 가지다. 현재 두배 가까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 표에 실패할 경우 반대세력들의 연합으로 역전패할 위험을 안고 있는 현 실에서 상당수 민주계 대의원들을 장악한 김덕룡 후보나 광범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가진 박찬종 후보와의 연대는 경선 승리의 열쇠인 것이다.

결국 양쪽 모두 일대 결전에서 확실한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두 후보를 끌어안아야 할 형편인 것이다.

더욱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쪽은 두 후보 가운데 한 사람만 연대해도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 다. 이회창 후보의 한 측근은 “박 후보는 본선에서 경남표를 모아줄 수 있는 보완효과가 있다. 특히 조직과 대의원 장악에서 실질적인 힘을 가지 고 있는 김덕룡 후보가 우리 캠프에 가세한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쪽 관계자들은 실제 “‘3인 연대’가 삐걱대기 시작 한 뒤부터 이미 참모진을 통해 이들과 연대를 위한 교섭을 계속 하고 있 다”고 밝히고 있다. 정발협 지도부 또한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정발협은 이들을 끌어들이거나 적어도 반이회창 진영에 묶 어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6일 정발협 지도부가 이수성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해놓고도 1차투표에서 최다득표자 가운데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후보를 집단적으로 지지하자는 이른바 ‘2등 밀어주기’를 내걸고 주자들간에 행동통일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누구든 열심히 해 2등만 하면 밀어줄 테니 불리할 게 없다는 논리로 이들을 묶어 두자는 것이다.


“이수성 들러리는 싫다”

하지만 정발협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두 후보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덕룡 후보쪽은 한마디로 “웃기지 말라”는 반응이다. 김 후보쪽 관계자는 “ 내부적으로 이수성 후보를 밀기로 이미 정해놓고 동참하라는 것은 이수성 대통령 만들기에 들러리나 서라는 이야기”라며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밀지 않기로 한 지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제 와 딴소리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후보쪽은 대의원 직접 접촉을 통해 지지세를 확대하며 “나름대로 끝까지 간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쪽도 비슷한 반응이다. 박 후보는 “정발협이 특정주자를 지지하 면 정권재창출을 포기하는 최대의 악수가 될 것”이라며 “특정후보를 지 지하는 것은 반칙이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후보 쪽은 대의원들에게 뚜렷한 자기소신을 전달하는 정공법을 통해 정발협 등 외부지원에 의존하는 후보쪽과 차별화를 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 측근도 “박 후보는 경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독자노선 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이들이 독자노선을 끝까지 고집할 수 없으리라는 게 정치권의 일 반적인 평가다. 김덕룡 후보의 경우 36명 안팎의 위원장들을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가지고 있지만 정발협이 나서 이수성 후보를 선택한 상황에서 끝까지 버텨봐야 별로 얻을 게 없고, 박찬종 후보 역시 높은 대중적 지지 도를 최대 무기로 삼고 있지만 당장 경선에서 표를 행사할 대의원들을 끌 어들이는 데 실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두 후보 모두 이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쪽 모두 “2등은 할 수 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경선 전이나 1차투표 직후 이회창 후보나 이수성 후 보 가운데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쪽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 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박 후보쪽은 “일단 반이회 창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수성 후보에 대한 반발 은 직접적이다. 박 후보쪽의 한 관계자는 “텔레비전 토론회 등에서 봤지 만 이 고문이 무슨 철학이나 내용이 있냐. 내용이 있어야 연대를 고려할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쪽에 무게가 실린 느낌이다.


이회창 연대설까지 암시

김덕룡 후보 또한 이수성 후보에 대한 반감을 거세게 드러내고 있다. 정 발협의 이수성 후보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알려진 뒤 김 후보의 측근인 이신범 의원은 정발협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정발협이 정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차라리 이회창 후보쪽과 손을 잡겠다”고 내뱉었다. 실 제 정치권에서는 민주계 적자임을 강조하며 민주계의 선택을 기다려온 김 후보의 경우 민주계를 등에 업은 이수성 후보와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 막판에 이회창 후보와 연대해 차기를 도모할 가능성도 있는 것 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김 의원쪽이 정발협의 의도대로 이수성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정발협의 움직임이 김영삼 대통령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면 김 대통령이 김 후보를 직접 설득할 여 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 니다. 김심이 직접적으로 드러날 경우 다른 주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경선 판 자체가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쪽이 최근 정발협의 움직임에 대해 “김심은 엄정중립이다. 대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김심=이수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특단의 대책 을 취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결국 박 후보와 김 후보의 선택은 이런 복잡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경선 최대의 변수로 남아있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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