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이한동의 야릇한 침묵

정발협 중진들의 이수성 후보 지지 움직임에 대한 이한동 후보의 태도가 정가의 관심을 모고 있다. 정발협의 선택에 대해 대부분의 주자들이 강력 히 반발하면서 적과 동지의 관계가 단번에 뒤바뀌는 일대 혼란이 벌어지 고 있는 데도 이 후보만은 “정발협 명의로 특정후보를 밀지는 않을 것으 로 본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쪽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태도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정발협에 얹혀 간 것도 아니고 정발협도 우 리에게 관심을 안 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 로 판단했다”고 침묵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더욱이 “정발협 전체도 아니고 일부가 지지하고 나선 것은 민정계 일부가 이회창 후보쪽에 줄서 기 한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수성 후보와 연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 이다. 이 후보가 그동안 이수성 후보와 3차례 이상 만남을 갖고 형님 아 우하는 정도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정서적 친밀감을 넓혀온 점을 고려할 때 이수성 후보가 뜨는 것을 굳이 막고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판 단에 근거한 것이다.

또 민정계 적자를 자임하는 이 후보가 민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회창 후보와 결합해야 정석이지만 그쪽에는 허주라는 민정계 터줏대감 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수성 후보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 이라는 것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이 후보쪽은 “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개인적 친밀감과 경선은 별개의 문제 ”라며 “현재는 박찬종 김덕룡 후보와의 ‘3자 연대’를 강화해 경선에 서 승리하는 게 관건이지 다른 누구와 연대를 모색할 시점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지난 7월4일 이수성 고문과 만나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 의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좀처 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후보쪽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 ‘다수 득 표자를 지지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오갔을 뿐 누구를 정해놓고 밀자 는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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