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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만세 |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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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걸어다니는 아기가 우유병을 들고 병원에 나타나는 경우가 잦다. 돌 지나면 우유병을 끊는 게 좋다고 권유하면, 많은 엄마들은 너무 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데 먹여야지요. 욕 구불만에 빠지면 어떡해요.” 그래서인지 심지어는 두돌이 지나서도 태연 스레 우유병을 빨리는 엄마도 많다. 어떤 엄마들은 “돌이 지나면 우유병 을 꼭 끊어야 하느냐. 너무 이른 것은 아니냐”고 따지듯 묻기도 한다. 이럴 때 “돌이 지나면 우유병을 끊어야 한다”고 재차 말하면, 아기를 제대로 키워보지 않은 이론장이가 뭘 알겠느냐는 투로 쳐다보기도 한다. 돌이 되면 우유병을 끊어야 할 이유가 있다. 우유병을 오래 빠는 아기들 은 우유를 점점 더 먹으려 한다. 하지만 돌이 지난 아기에게 우유가 주식 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유병을 오래 빨면 의존심이 증가하고 고집이 세 지고 치아가 몽창 썩는 수도 있다. 흔히 아기에게 우유병을 오래 빨리면 욕구를 채워주고 만족감을 주어 아기의 성격이 안정된다고 말하는데, 이 것은 오해다. 아기의 우유병은 노리개가 아니라 식기란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기의 빠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돌까지면 충분하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도 돌이 지나면 우유를 끊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물론 그게 쉽지만은 않다. 우유병을 열심히 빨던 아기가 돌이 지나자마자 “엄마 나 이제는 우유병으로 안 먹을래요” 하지는 않는다. 돌이 지나서 우유병을 끊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우유라는 것이 우유병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 야 한다. 가끔은 컵에 분유를 담아서 맛을 보여야 하고, 생후 9개월부터 는 옷에 흘리더라도 분유를 컵에 담아 먹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컵으로 먹이는 양을 서서히 늘려서, 돌이 되면 우유병을 끊는 것이 통상적으로 우유병을 끊는 방법이다. 아기를 키울 때는 시작할 때가 되면 시작해야 하고, 끊을 때가 되면 끊어야 한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도 안 되는 것은 할 수 없지만, 몰라서 못해서는 안 된다. 때가 지나서 하려 면 몇배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아이 키우기다. 컵 사용하는 연습을 하지 않 은 아기가 돌 지나서 우유병을 바로 끊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다.
돌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유병을 빨고 있다면 이제라도 우유병을 끊는 것 이 좋다. 오랫동안 우유병을 사용한 아이일수록 우유병으로 먹는 것이 습 관이 되어 끊기가 힘들다. 우유병을 끊으려면 아기들은 비장의 무기인 ‘ 안 먹고 버티기’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개의 엄마들은 아기의 버티기에 넘어가 다시 우유병을 주고 아기들은 우유병에 더욱 탐닉하게 된다. 그러나 우유병을 끊으려면 아기 앞에서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유병을 안 준다고 울고 버티는 아기 앞에서 “저러다가 큰일 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스런 표정이라도 지으면, 아기들은 기가 차게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우유병을 달라고 더 울어댄다. 보다 못한 할머 니가 “애 잡겠다. 우유병에 주지 뭘 그렇게 애를 울리냐”라고 한마디라 도 하게 되면 아기들은 백만원군을 만난 것처럼 악을 쓴다. 조금만 더 버 티면 엄마가 우유병으로 맛있는 우유를 줄 것이란 것을 알고 자신감을 갖 게 되는 것이다. 돌쯤 되는 아기들도 집안에서 누가 실세인가는 이미 다 알기 때문에 할머니 앞에서는 더 열심히 운다. 따라서 우유병 끊는 것은 엄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집안이 모두 노력해야 가능하다.
아기들이라고 원하는 것을 다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유병을 끊는 것은 사랑만 받던 시기에서 이제 절제라는 것도 배워야 하는 시기로 아기가 들어가는 시발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