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경의 우리맛 기행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따로국밥

(사진/서울 다동 국일옥의 대구식 따로 국밥.)

“6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小暑) 대서(大暑) 절기로다. 대우(大雨) 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유두(流頭)는 가일이라 원두막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며, 가묘에 천신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농가월령가 6월령에 나오는 구절이다. 음력으로는 6월인 7월, 장마비가 뻔질나게 오락가락하고 더위가 극성인 때다. 7일은 소서, 17일은 초복, 1 9일(음력 6월15일)은 유두절이다. 연이어 대서와 중복이 따르는 등 더운 절기가 몽땅 들어 있다.

유두절을 맞으면 맑은 물에 머리를 감고 호박나물에 가지김치, 풋고추 양 념하여 유두면을 먹었다고 전한다. 약수를 마시며 청류에 탁족하고 더위 를 식혔고, 복날에는 구탕에 백반을 말아먹거나 보리밥에 파국을 먹었다 고도 한다. 몸을 청결하게 하고 푹 끓인 뜨거운 음식으로 입맛을 살려, 여름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온 지혜가 엿보인다.

이런 관습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것은 늘 성시를 이루는 구탕집이다. 개장국이 여의치 않아 찾아들던 육개장집이나 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끓여주던 장국집들은 거의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육개장은 쇠고기로 독특한 복다림 효과를 낸 서울 음식이었다.

대구에서는 따로국밥이 같은 맥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따로국밥은 70년 대 들어 경상도 사람들이 대거 서울로 진출하면서 함께 상경해 뿌리를 내 린 뒤로, 육개장의 본고장인 종로와 다동의 맛을 대신해주고 있다.

72년 대구에서 상경해 서울에 자리를 잡고 다동에서만 16년째를 맞고 있 다는 ‘대구 국일옥’(02-776-0722) 주인 신봉식(63)씨는 지금도 따로국 밥을 낸다. 하지만 그게 왠지 서글프다. 중노년층은 육개장과 따로국밥의 향수를 잊지 않고 찾아오지만 청년층에 이르러서는 마치 단절된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숫자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많은 양을 한꺼번 에 끓여 계속 반복해야만 음식도 제맛이 나고 채산도 맞는데, 그렇지 못 하다 보니 근처 가게들도 하나둘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문을 닫게 된단다 . 따로국밥이나 육개장은 오히려 구탕을 능가할 정도로 독특한 맛과 고유 한 경지를 지닌 계절식이고 보양식이건만, 이러다가 영영 단절되지나 않 을까 걱정된다.

얼큰하면서 구수한 따로국밥은 특히 여름철 감기나 냉방병으로 기를 잃은 사람들에게 입맛을 찾아주고 몸의 활기를 소생시켜준다. 음양론을 주창하 는 미식가들의 말로는 육개장이나 따로국밥에 들어가는 각종 양념들이 이 뤄내는 조화가 몸 속의 기를 소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절 탓으로 몸 속에 움츠리고 있는 음기를 몸 밖으로 몰아낸다는 것이다. 땀을 흠뻑 흘리며 먹고 나서 시원하고 몸이 확 풀리는 듯한 쾌감을 맛보게 되는 이 유가 바로 이런 이치라고 한다. 그래서 적어도 복 중에는 찾아가 먹는 것 이 몸을 보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양념의 주축을 이루는 파와 마늘은 강장·강정제로 심장기능을 활발하게 해주는 활성제다. 익으면 달콤한 맛으로 변해 입맛을 돋우며 살균작용과 함께 음식의 군내를 제거해 담백한 맛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부추는 기 양초(起陽草)라 하여 불입산문(不入山門)에 든다. 먹으면 땀이 나고 몸안 의 열을 발산시키는 효능이 있다. 후추 역시 맛을 정화하고 위장의 혈액 순환을 돕는다.

이런 양념들은 단물이 우러나도록 푹 고아져 입맛을 당기고, 토란줄기와 고기는 뭉글뭉글해져 그대로 입안에서 녹는다. 먹을 때는 되도록 땀을 흥 건하게 흘리며 먹는 것이 좋고, 그렇게 먹다 보면 등이 축축히 젖어드는 것도 쾌감으로 느껴온다. 값은 4천500원 한다.


한식의 명가 즐비한 음식골목

다동은 예로부터 음식골목이다. 특히 따로국밥이 전문인 국일옥 골목은 입구에 추탕집 용금옥과 보신탕집인 재령집, 불고기집 오륙도 등 명문집 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사골과 양지머리만을 푹 삶아 걷어낸 육수에 마늘과 파, 그리고 토란대와 무 등 야채류를 넣고 푹 끓여 장국을 만든다. 상에 낼 때는 기름에 볶은 고추다진양념을 넣고 간을 하여 한소큼 더 끓인다. 알맞게 익었을 때 건 져놓았던 양지머리 살과 선지를 한점 얹는다. 국에 빨갛게 뜨는 기름은 고추양념에서 나온 것으로 싫으면 걷어내도 되고, 선지 역시 덜어내도 무 방하다.

작년에 소개했던 서초동의 약수해장국집(부록:맛따라에 수록)은 건물을 짓느라 문을 닫았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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