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2년8개월 전을 잊지 말아아죠

“아직도 그날 일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성수대교가 다시 개통된 지난 7월3일 한성운수 소속 버스 운전기사 최성 태(41)씨는 716번 좌석버스를 몰고 성수대교쪽으로 향했다. 지난 94년 10 월21일 붕괴 사고 이후 2년8개월 만에 다시 건너는 다리였다. 성수대교는 최씨에게는 남다른 사연이 있는 곳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날 최씨는 지금은 고인이 된 동료기사 유성렬(사고 당시 16번 버스 운전사)씨 바로 뒤 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최씨는 다리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앞차를 운행하고 있었던 유씨를 머리 에 떠올렸다. 혹시나 하던 걱정은 바로 동료의 죽음이라는 현실로 이어졌 다. “말수는 적었지만,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고인이 되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버스에 탄 10여명의 손님들도 붕괴 사고 당시의 최씨의 사연을 듣고서 저 마다 안 됐다는 말을 건네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끔찍한 사고에 대해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삼풍 사고,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등 잇단 대형 사고로 많은 생명이 희생 됐는데 너무도 쉽게 또 빨리 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가 우리 사회의 ‘망각증상’을 진단하고 있을 때 버스는 천천히 성수 대교 사고 지점을 지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이 최 고라고 하는데 왜 해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당장 눈앞의 편의만 생각해서 건물과 도로를 만드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93년부터 버스를 운전했다는 최씨는 시내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 는 도로 개보수 공사나 지하철 공사 때문에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가 가장 괴롭다. 손님의 불평을 들어도 죄송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도 3D업종에 들어가는지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이 버스운전을 기피한다”고 말하는 최씨는 압구정동 정거장에서 내리는 손님에게 “손 님, 오늘 역사적인 버스에 타신 거예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건 넸다.

김형석/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