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잘 나가는 10대를 위한 막가는 잡지

청소년 대상 스트리트페이퍼 월간 <쿠오레>는 공짜다. 그런데 막가는(?) 잡지다. 5월 창간호에 “너, 자위행위 해봤니?”라고 하면서 자위방법을 소상히 밝히기도 했고, 담배, 가출, 교사폭력, 피임 등 일반 잡지가 하기 힘든 말도 막 해댄다.

그래서인지 이제 겨우 2호가 나왔을 뿐인데도 <쿠오레>는 청소년들 사이 에서 화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연예인 일색인 그런 잡지들과 는 일단 다르다.

<쿠오레> 대표 문광명(27·왼쪽 물구나무 선 이)씨와 편집장 이금영(29·여, 맨 오른쪽)씨는 “10대의 생각, 의견을 대변하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잡지를 창간했다 ”면서 “10대는 20대의 문화를 엿보면서 배우지만 그들의 정서는 20대와 는 다른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쿠오레>에선 먼저 결론을 내린 뒤 아이들에게 이를 따를 것을 요 구하는 일은 없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 뿐이다. 그래서 온갖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집장 이씨는 91∼95년 장산곶매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에서 극본작업을 통해 교육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쿠오레>의 도발적 편집방향에 대해 곧장 비난과 반발이 쏟아졌다 . ‘나쁜 잡지’ ‘탈선을 조장한다’는 학부모와 기존 언론의 매질에 이 어 서울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경고, 잡지에 이름이 실린 학교쪽 항의에 의해 명예훼손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기까지 ‘예상 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오히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는 “좋은 것도 있 고 나쁜 것도 있다. 실명만 쓰지 말아달라”는 정도의 말에 그쳤다고 한 다.

<쿠오레>에는 쇼킹한 주제만 있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고민과 주장을 있 는 그대로 싣기도 하고 영화, 음악 등 10대의 문화욕구와 관심사도 놓치 지 않는다. 그리고 10대의 비위만 맞추는 게 아니라 10대의 잘못과 비겁 함을 꼬집기도 한다.

한편 <쿠오레>는 매월 첫번째 토요일엔 신촌에서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을 초청해 거리공연을 갖는다. 8월에는 댄스경연대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 잡지는 홍익대 앞과 학교, 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된다. 우편료만 내면 집 으로도 보내준다(02-3141-1282).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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