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정의가 서야 참사랑이 산다

“만약 전두환, 노태우씨를 사면한다면 스스로 자기부정에 빠지는 겁니다 . 현 정부가 개혁의 일환으로 집행한 정책을 뒤엎는 것이니까요.”

‘과거청산국민위원회’ 간사 이민우(28)씨는 요즘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바빠지고 있기도 하다. 신한국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전·노씨의 사면을 공식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청산국민위원회는 지난 95년 12월 전두환씨의 이른바 ‘골목길 성명 ’ 이후 여러 인권단체들이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1심 재판 뒤 본격적 인 준비를 거쳐 지난 96년 12월16일 발족했다. 전·노씨의 2심 재판날을 택한 것은 과거청산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사랑의 다른 표현은 정의입니다. 그러므로 전·노씨를 사면하는 것은 참된 사랑의 실천이 아닙니다. 정의가 빠진 사랑은 불의한 현실을 유지하 는 구실만 하기 때문이죠.”

지난 5월15일 산하기구인 5·6공 인권피해 신고센터가 주관한 ‘인권피해 증언의 장’에서 5·18 민중항쟁의 또다른 고통을 알고 나서는 더욱 그러 하다.

“최소한 다섯명의 여성이 당시 진압군의 성폭행 후유증으로 현재 정신질 환을 앓고 있다는 거였어요. 어떤 정신적, 물질적 보상도 없이 내팽개쳐 진 거죠. 증언을 듣는데 눈물은 안 나오고 가슴속에 불덩어리가 들어찬 느낌이었습니다.”

과거청산이 과거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님을 잘 아는 그는 “현재의 역사 가 미래에 감춰진 역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7월 말로 계획된 ‘전두환·노태우 사면반대 토론회’는 과거가 현재를 지나 미래로 가 닿는 올바른 역사의 한 꼭지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 의 물줄기가 올바르게 흘러가도록 해야지요.”

김상준/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