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로키산은 내손 안에 있소이다

“로키산은 마치 고국의 산 같은 느낌을 줍니다.”

미국 로키산 국립공원의 들머리에 자리잡은 에스테스 파크. 마치 설악산 초입에 자리잡은 설악동 같은 마을이다. 국립공원 입구인지라 거리는 온 통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식당, 모텔 등이 즐비하다. 이곳에 거주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 가운데 최고참은 ‘트윈 아울스 모텔’을 경영하는 정일 화(56)씨.

지난 74년 유학생으로 미국땅을 밟았지만 유신말기의 흉흉한 고국소식에 귀국하지 못하고 미국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결혼도 하고 자식들이 태어나면서 고향산천 모습은 더욱 깊게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휴가차 들렀던 로키산에서 고향의 산세를 본 그는 지난 80년 망설임없이 에스테 스 파크로 이사했다.

로키산 자락에 모텔 문을 연 그에게 로키산 탐험은 고향의 향수를 달래는 명약이었다. “눈이 몇 미터씩 쌓일 때도 산을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도 멀었습니다. 로키산이 워낙 넓은 땅이 돼나서요.” 겸손한 그의 말과 는 달리 로키산에 대한 질문은 어느 것이든 막힘이 없다. 관광코스는 물 론 로키산에 자리잡은 그 많은 호수들 가운데 어느 호수에서는 낚시를 할 수 있고 어느 호수는 안 되는지, 심지어는 어느 야영장은 곰이 나오니 조 심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빼놓지 않는다.

최근 들어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에 한국 교민이 늘면서 그의 활동지는 차로 3시간 거리인 덴버까지 넓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라디오 코리아 전파를 받아 덴버의 교민들에게 고국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코리 아 콜로라도’의 사장 직함을 갖고 있기도 한 그는 신문에까지 손을 뻗쳤 다. 그동안 부정기적으로 발행되던 <한인신보>를 인수한 그는 신문을 교 포사회가 지역사회 속에 튼튼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삼을 계 획이다. 덴버 인근의 오로라시에서 올해 처음 열리는 ‘한국의 날’도 교 포사회가 지역사회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려는 그의 계획에서 출발 했다.

“덴버에 오면 로키산을 꼭 들러보세요. 푸른 하늘에 맞닿은 흰 눈을 이 고 선 산봉우리를 만나면 산다는 것의 의미가 바뀔 것입니다.”

로키산을 찾는 고국의 동포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로키산의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는 것이 그가 고국의 동포들에게 보내는 약속이다.

덴버=최종원/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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