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오너 드라이버, 즐거운 일 두가지

(사진/대우차의 새 할부제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새로운 자동차 마케팅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할부판매제도가 도입되고 정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기업들이 마진을 줄이거나 아예 손해를 보면서까지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불경기 속에서 내수시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 모두 경쟁이 가져온 과실이다. ‘경쟁’은 아름다운 셈이다.

대우자판은 ‘새로운 할부판매제’를 도입해 7월 한달간 한시적으로 라노 스, 누비라, 레간자 등 3개 신차종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적용키로 했 다. 새 할부판매제의 특징은 차량구입 3년 뒤 차를 되사주는 조건 아래 신차값에서 중고차값을 최고 40%(2년 경우는 최고 55%)까지 미리 빼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할부금을 내도록 하는 점이다.

납입유예된 중고차값에 대해서는 10%의 보증금(중고차 반납시 되돌려 받게 된다)과 연리 9%의 거 치이자를 별도로 받지만 소비자 부담은 정상할부 때보다 훨씬 적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선수금 10%, 할부기간 36개월 조건으로 판매가 1천4백50만 원의 레간자 2.0SOH를 구입할 경우 정상할부 때는 3년간 매월 42만9천원 의 할부금을 내야 하지만 새 할부판매제에서는 할부금이 27만7천원으로 줄어든다(표1 참조). 반납시점이 됐더라도 납입유예된 금액을 갚으면 차 량을 계속 보유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리스와는 달리 차량의 소유자 명의가 고객 본인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새로운 자동차 마케팅 방식이다. 다만 반납시 차량 상태가 나쁘거나 사고 경험이 있을 때에는 미리 정해진 ‘감가표’에 따라 중고 차 평가가격이 떨어져 일부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우자 판은 자체 조사결과 3년을 탄 차량의 경우 차량 일부를 교체할 정도로 큰 사고를 내지 않았다면 평균 2% 정도가 깎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새차 의 38% 정도를 중고차값으로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새 할부판매제로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잘하면 무이자할부판매 때와 비슷 한 이득을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라도 그 절반 정도의 이득을 보게 된다 는 것이 대우자판의 설명이다. 무이자할부판매가 항상 실시되는 것이 아 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혜택이다. 실제 지난 4월부터 무이자할부판 매를 벌여온 현대, 기아는 더이상의 출혈을 감당못한 채 7월부터는 이를 중단키로 했다.

새 할부판매제에 대한 고객의 호응도 높다. 7월 이후 대 우의 신차 구입고객 중 60% 정도가 이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차의 김종도 홍보이사는 “새 할부판매제의 도입으로 월간 신차 판매 량이 30∼40% 늘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부적으로 8월까지 새 할부판 매제 적용을 연장하고 판매상황에 따라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 다.

정유업체들의 가격인하는 쌍용정유가 지난 7월4일부터 휘발유 소비자가격 을 ℓ당 8백15원에서 8백3원으로 12원 내리면서 2차 전쟁이 시작됐다. 지 난 3일부터 소비자가격을 ℓ당 8백9원으로 내린 유공으로서는 하룻만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엘지정유는 즉각 4일 오후부터 ℓ당 8백3원으 로 내렸고 유공과 한화도 5일부터 뒤를 따랐다. 현대는 한발 더나아가 8 백원으로 인하했다(표2 참조). 지난 6월 초의 8백26원과 비교하면 26원이 낮아진 것이다. 휘발유 30ℓ 주유시를 기준으로 하면 7백80원이 절약된다 . 휘발유 가격인하 경쟁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올들어 유가자유화 가 시행된 뒤 가격인하를 주도해 온 쌍용이 “경쟁사보다 비싼 값으로 공 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ℓ당 7백원 시대 진입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미 일산신도시와 고양시의 일부 주유소들은 지난 6월부터 정유사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ℓ당 8백원 아래 가격으로 팔고 있다. 정유사들이 가격인하 경쟁에 몰두하는 것은 가격변 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가격인하를 주도해 온 쌍용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12.4%에 그쳤 던 쌍용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4월 15.5%로 뛰어 올랐다. 변화가 거의 없 는 정유업계 특성상 이런 상승은 대단한 것이다. 반면 정유업계 1, 2위 업체인 유공과 엘지정유는 가격인하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같은 기간 중 시장점유율이 각각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또 유공, 엘지 등이 가 격인하에 대해 제살깎기식 경쟁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의 가격수준이 업체의 출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점도 추가적인 가 격인하를 예상케하고 있다. 쌍용정유 관계자는 “쌍용을 제외한 정유4사 가 제휴카드 소지 고객에 대해 2∼3%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그만 큼 가격인하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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