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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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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프리카의 초미니 왕국 스와질란드의 스와지선 컨트리클럽. )
“헬로 톰, 골프 한 라운딩 어때? 한국에서 온 미스터 조하고 매킨지하고 나갈건데, 시간있으면 같이 하지.” “좋지 좋아.” “그럼 5시 반까지 나와.”
전화를 건 사람은 농부인 마크이고, 전화를 받은 톰은 실업수당을 타먹으 며 놀고 있는 실업자다. 매킨지는 조그만 농기계 수리상이다. 골프하기 1 주일 전도 아니요, 하루 전도 아닌 불과 30분 전에 부킹하고 라운딩할 짝 을 맞춘 것이다. 농부 마크와 농기계 수리상 매킨지는 회원이라 그린피가 없고, 실업자 톰과 필자는 ‘비지터’라 우리 돈으로 약 6천원씩 그린피 를 내고 골프를 즐겼다. 얼마 전 북아일랜드에 들렀을 때 마크라는 농부 집에서 이틀 동안 묵으면서 겪은 일이다.
25만원만 내면 1년 내내
이곳은 회원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거액을 주고 회원권을 사는 게 아 니다. 1년에 우리 돈으로 25만원 정도를 선납하면 1년 내내 어느 때고 그 린피없이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여름이라 낮이 지겹도록 길어 밤 11시가 돼서야 슬금슬금 어둠살이 내렸다. 오후 5시 반에 티업해서 18홀을 마치 고도 한자락 햇살이 남아 있었다.
이 꿈같은 얘기는 북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뉴욕타임스>가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선정 한 골프가 대중 속으로 깊게 파고 든 현장이다. 정치꾼과 재벌이 골프를 치며 검은 돈을 주고받는다거나, 공무원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는 대통령 의 지시 같은 건 애초에 없다. 중소기업 사장이 골프장에 나와 가명으로 이름을 적고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일도 상상할 수 없다.
골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뿌리를 내렸 다. 골프장은 누구나 쉽게 찾아가 라운딩을 즐기는 친근한 놀이터이자 운 동장이다. 골프장에 드나든다는 게 돈과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악용 되기도 하는 우리 현실과는 딴판이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권에 걸린 조그만 섬나라이다. 땅덩이는 우리 남한과 비슷한 크기지만 눈과 빙하와 용암으로 뒤덮여 국토의 80%가 불모지나 다 름없다. 인구 24만의 작은 나라인 이 아이슬란드에도 88개의 골프장이 있 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골프장들은 불모지가 아닌 가용 경작지에 세워졌 다. 중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책가방을 클럽하우스에 던져두고 9홀을 돌고 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북쪽은 모잠비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양국 사 이에 지도상으로는 하나의 점으로밖에 나타나지 않는 초미니 왕국 스와질 란드가 끼어있다. 이 나라에도 3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에도
북아일랜드는 경상북도 만한 땅인데도 골프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1백개 에 육박한다. 오랫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꽁꽁 잠자던 미얀마, 라오스에 도 골프장이 있다. 얼마 전에는 내전이 종식되지 않은 캄보디아에도 멋진 골프장이 생겨났다. 소련 원조가 끊어지고 미국에 짓눌려 허덕이는 쿠바 에도 두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지난 95년 8월31일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피지의 람부카 수상이 우리 나라를 방문해 청와대 오찬에 초대되었다. 그때 람부카 수상이 이랬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각국 대사 친선 골프대회가 있었는데 한국 대사가 말레이시아 대사에게 졌습니다. 외교를 잘 하려면 골프도 잘해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어떻게 답했는지 궁금하다.
글·사진 조주청/ 만화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