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세계인의 거품 ‘보헤미아 맥주’

세계의 맥주 애호가들은 체코의 맥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체코의 필즈너(Pilsher) 맥주는 모든 담색 맥주의 근원이고, 버드바(Budvar) 맥 주는 세계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미국 버드와이저(Budweiser)의 원천이 기 때문이다.

체코에서는 9세기부터 홉이 재배되었다. 체코의 홉은 세계에서 가장 품질 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13세기 체코의 왕 웬체슬라스는 수도원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맥주를 일반인도 양조할 수 있도록 교황 인노센트 4세에게서 허가를 받아냈다. 이로서 체 코의 프라하와 볼타바(Vltava)강은 맥주의 고향이 됐다.

보헤미아의 맥주집은 1천6백년경부터 있었고 오랫동안 유럽의 명소였다. 이 맥주집들은 각각 보리나 홉 농장을 갖고, 거기서 수확한 작물을 대형 양조장에 위탁해 맥주를 제조했다. 이른바 맥주 분업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근대 대형 맥주 공장의 효시를 찾아볼 수 있다. 보헤미아의 선술 집에는 유명한 ‘후랜타스 룰’( Franta’s Rull)이 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마음껏 먹고 취한다면 쉬이 죽은들 어떠리.” 보헤미아 맥주는 매우 다양하다. 밀, 보리, 귀리에다 홉, 주니퍼, 감귤 등을 넣어 향과 미를 낸다. 숙성기간도 긴 것, 짧은 것 다양하며 맥주 색 깔도 아주 옅은 것에서 붉은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필즈너 맥주는 매우 강도가 낮은 불을 사용하므로, 맛이 담백하고 홉 향 이 짙다. 체코의 맥주는 탄산 가스량이 많아서 거품이 매우 짙고 오래 간 다. 체코인들은 거품을 맥주의 혼이라 부르고 있다.

체코는 홉과 맥주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체코인들은 음식을 먹을 때 항시 맥주를 곁들인다. 체코인들은 1인당 연간 1백70리터의 맥주를 마신 다. 체코의 선술집에는 여러 종류의 머그잔, 도자기, 목제 손잡이에 뚜껑 이 달린 잔이 수십개씩 진열되어 있다. 이것들은 단골 손님들의 개인 소 유가 많다. 체코인들은 가히 세계 최고의 맥주 애호 국민이라 할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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