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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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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연변거리. 관광객 가운데는 굶주린 동포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파렴치한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말 중국 다롄에서 연변으로 가는 기차 안. 필자는 우연히 두 남 자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됐다. 그들은 한국인이었다.
두사람의 여행 목적은 금방 드러났다. 두명 중 40대 남자는 ‘북한 처녀 ’를 사러 가는 길이었고, 50대 남자는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골동품을 사 러 가는 것이었다. 결국 동족이 겪고 있는 극도의 식량난을 장사속에 이 용하려는 인물들이었다.
몇년 전 아내가 도망가버린 뒤 재혼을 못하고 있다는 40대 남자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북한 처녀가 팔린다는 것을 들었다”면서 “가격이 약 1백만원이라고 해 넉넉잡고 2백만원 정도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 아가씨를 어떻게 한국으로 데리고 가려느냐”는 질문에는 선 뜻 대답을 못했다.
북한 처녀사러 연변 찾은 40대
‘북한 처녀 구매길’에 오른 40대 남자가 조금은 ‘순진’했던 데 반해, 골동품상 50대 남자는 훨씬 계산이 빨랐다. 그는 “최근 식량난 탓에 북 한에서 귀한 도자기들이 헐값으로 쏟아져 나온다”면서 “가지고 나온 물 건을 최고 76억원선까지 거래해봤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굶주림을 장사에 이용하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한국인의 ‘탐욕’은 북한 지역에 여러 가지 일들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초 함경북도 무산에서 두 가지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기차 못이 뽑혀 기차가 운행되지 못한 사건과 살아 있는 소 여섯 마리의 꼬리가 잘려나간 사건이 그것이다. ‘기차 못’사건은 돈벌기에 혈안이 된 한국인 골동품 수집상이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기차 철로 고정용 쇠못에 눈독을 들이면 서 일어났다. 이 한국인은 조중무역을 하는 조선족을 시켜 밤중에 몰래 무산 근처 기차 철로의 못을 뽑아갔다. 그렇지 않아도 기름이 없어 제대 로 운행하지 못하는 기차는 철로를 고정시키는 못이 빠지자 한동안 꼼짝 도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조선족 한명은 “열차가 제대로 움직여야 그 나마 식량을 구해 굶어죽는 가족들을 살린다”면서 “열차가 움직이지 못 하게 됐다면 그 때문에 수십명은 죽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국 사람들의 단순한 돈벌이도 북한주민에게는 죽음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꼬리 밀무역 제안해 생소꼬리 자르기도
소 여섯 마리의 꼬리가 잘려나간 사건도 한국인의 ‘비양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무산에서 일어난 이 사건도 한 한국인의 장사속이 빚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한우꼬리가 한국에서 비 싼 것에 착안한 한 한국인이 밀무역을 하던 조선족에게 ‘소꼬리 밀무역 ’을 제안했다. 한우꼬리를 구해오면 한국에서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이 다. 이 말을 믿은 조선족은 북쪽 청년에게 소꼬리를 사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소꼬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북조선 청년은 살아 있는 소 여섯 마리 의 꼬리를 잘랐다. 결국 소 주인들의 신고로 청년은 붙잡혀 공개재판을 받았고, 팔다리를 묶인 채 흠씬 두들겨 맞았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사실 ‘북한의 어려움을 이용해 제 잇속을 채우는 나쁜 ×’ 중에서 으뜸 은 굶주린 북한 처녀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한족-조선족 인신매매 범이다. 또 북한 친지에게 물건을 넣어주는 조선족들에게 ‘뇌물’을 과 도하게 챙기는 중국 세관 관계자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처녀매매 문제도 일정 부분 한국에 책임이 있다. 한국이 조선족 처녀들을 ‘싹쓸이’해 생긴 조선족 사회의 ‘처녀 공황’이 인신매매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연변=이상민/ 북한문제 전문 자유기고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