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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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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마른 팔다리를 걷어 보이는 이정아씨. 그나마 중국 땅에서 20여일간 잘먹은 탓에 나아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변의 쉰들러’ 한정국(38)씨가 인신매매범으로부터 구해낸 탈북자 이 정아(35·여)씨의 팔과 다리는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듯 야위어 있었 다. 하지만 이씨는 “이것도 중국에 와서 20여일 동안 보양해 많이 좋아 진 것”이라고 힘없이 웃는다.
이씨는 중국에 건너온 뒤 5~6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그런 이씨가 마지막으로 넘겨진 것은 아내가 한국으로 가버린 신정원씨였다. 신씨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이씨를 정성껏 간호했고, 이씨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손가락으로 약속까지 했다. 북에 있는 남 편이 철도사고로 죽는 바람에 홀몸이 된 이씨도 신씨라면 마음을 붙이고 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신씨는 인신매매꾼에게 약속한 몸값을 지불하지 못했고, 인신매매범은 이씨를 신씨에게서 빼앗아 다른 남자에게 넘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한씨가 나타나 그를 구해줬다. 이씨는 그러나 지금도 신씨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미 전 남편이 죽어버린 북한으 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전 남편과 사이에 아이들은 있었나.
=있었다. 남편이 죽고 난 뒤 아이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길을 떠났다. -어떤 방법으로 국경까지 왔나.
=국경 근처의 한 도시까지 열차로 왔다. 집이 평양 남쪽 도시였는데 국경 도시까지 오는데 기차로 10일이 걸렸다. 그 10일 동안 옥수수떡 두끼분을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버텼다.
-기차로 왔는데 10일이 걸리나.
=조선의 기차는 타는 것도 어렵고 잘 가지도 않는다. 문도 열리지 않고 창문은 하나도 없다. 열차에 탈 때도 창문 밖에서 술 등을 흔들면 안에서 남자들이 끌어올려 창문으로 태워준다. 물론 술은 그들에게 준다.
-기차 안은 어떤가.
=아이들과 노인들이 오랜 여행에 많이 죽는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넘어져 영영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많이 보았다. 또 아이들은 노래를 팔아 구걸을 한다. 정말 눈물나는 모습이다.
-중국엔 어떻게 넘어왔는지.
=한 할머니가 중국쪽으로 가면 먹을 것이 있고 살 수 있으니까 가자고 말 했다. 나와 최인숙씨 외에 20세, 23세, 25세 처녀가 함께 넘어왔다.
-줄곧 걸어왔나.
=그렇다. 나와 최인숙씨는 자꾸 처졌다. 그래도 우리는 살기 위해 할머니 와 처녀들을 20m쯤 뒤처져서 계속 쫓았다. 할머니는 지난 4월21일 중국에 오자마자 우리를 낯선 남자들에게 팔아 넘겼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