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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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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용들의 회의가 돼버린 신한국당 고위당직자 회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난세에 영웅난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영웅’지망자들의 지원 초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웬 용이 이렇게 많은지 투표지를 두장으로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걱정 됩니다”라고 신한국당 실무자들이 푸념을 늘어놓을 정도로 여권은 올해 `‘용’풍년이다. 이회창 대표를 비롯해 김덕룡 김윤환 이한동 이홍구 의 원과 박찬종 이수성 고문, 이인제 경기지사 등 기존의 8룡에다 오래 전 추대위를 구성한 김종호 의원, 그리고 최근 출마 의사를 밝힌 최병렬 의 원을 합해 모두 10명이 고지를 향해 뛰고 있다. 김종호 의원과 최 의원이 새로 가세함으로써 신한국당의 웬만한 중진은 모두 용이 됐다.
단 한표를 받더라도 경선 나간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최형우 의원만이 초창기 멤버인 9룡의 대열에서 자연 탈락했으며, 김윤환 의원도 킹쪽보다는 킹메이커쪽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다른 용들은 모두 “끝까지 나갈 것”이라며 중도포기 가능 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고 늦게 경선전에 뛰어 든 이수성 고문은 “단 한표를 받더라도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막차 를 탄 최병렬 의원도 “8등을 하든 9등을 하든 당내 경선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다른 주자와 합종연횡을 하더라도 1차 투표가 끝난 뒤에나 생각할 일이지 1차 경선에는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용의 숫자가 줄어들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오히려 용이 되고자 꿈꾸는 이무기가 아직 남아 있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의원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도약을 꿈꾸는 예비 용들이다. 이 의원은 “지금과 같이 ‘도토리 키재기 ’식 용들의 이전투구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 내심 `현재의 용들보다는 ‘내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고 전면에 나 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는데도 용들이 정리되기는커녕 당초 예상과 달리 자 꾸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여권에서는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혼전 상황 이 주자 난립의 주요 요인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대중적 지 지도에서는 몇명의 선두그룹이 있지만, 누구도 대세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원중 의원은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정치판을 장악해온 ‘`3김시대’ 가 끝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은 완전히 확립되지 못한 데서 전 환기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의 강자 아래 있던 엇비슷 한 중간 보스급 인사들이 새로운 리더십 형성 과정에서 `‘네가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는 심정에서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잇점 커 후보 난립 부추켜
서울의 한 4선의원은 “솔직히 경선 참가선언을 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조용히 있으니까 나만 바 보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의 복잡한 속마음을 보 여주는 대목이다.
또 대선후보 자체가 주는 잇점이 크다는 점도 용들의 난립을 부추기는 주 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설령 대선후보가 못 되더라도 대선주자 반열에 오 르는 자체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호기인 데다가 잘만 하 면 앞으로 계파 수장으로 한몫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 평의 원으로서 대선주자 지지를 선언해봐야 아무런 `‘빛’이 나지 않지만, 대 선주자로 나선 뒤 합종연횡을 통해 다른 주자를 지지하면 장래 지분을 인 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신한국당의 개혁 지향적인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모임인`‘푸른정치 젊은 연대’ 소속의 원외위원장 10명이 지난 4월 초 모임을 갖고 이들 일부 대 선주자들을 겨냥해 `‘지역구 관리형 대선주자’ `‘몸값 올리기형 위장 대선주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자 난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신한국당 안팎에서 높아가 고 있다. ‘푸른정치 젊은연대’는 이미 위장 대선주자의 자진 사퇴를 촉 구한 바 있다. 신한국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현덕 연구위원은 `‘여의 도 정책논단’ 봄호에서 “마치 한 정당에서 소규모의 캠프 정당이 10여 개에 달하는 기현상으로 인해 오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또다른 국력소 모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시민사회의 여론주도층이 공적인 압력을 통 해 국력소모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전 기준 미달 후보 거를 것
박관용 사무총장은 “지금은 주자들이 많지만 막상 경선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일부가 정리되지 않겠느냐”면서 “경선을 포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출마를 제한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 고 있다. 당내 `‘당헌당규 개정소위’가 8개 시도에서 각각 50명 이상의 대의원 추천을 받도록 한 기존의 후보등록 규정은 폐지하는 대신 최소한 의 대의원 추천과 기탁금 예치 제도 등을 신설해 기준 미달 후보를 걸러 낸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