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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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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27/키 163센티/33-22-33.5의 몸매/7살에 미국 이민/미국 오하이오주 립대 의대 중퇴/플레이보이 표지모델. ‘노랑나비’ 이승희의 간단한 프 로필이다. 덧붙인다면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를 제친 세계적 ‘섹시 우 먼’이다.
8일 입국할 때는 2백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10일 사인회에는 그의 누드 사진집을 사든 5백여명이 그의 사인을 받으려 장사진을 이뤘다. 앞다퉈 특집을 기획한 방송국이나 잡지와의 인터뷰, 패션쇼, 팬사인회 등 30건의 행사로 그의 체류일정은 빼꼭하다. 한 속옷업체와 맺은 단발 광고료가 2 억원에 달하고 역시 수억원을 받고 국내영화에 출연 계약도 맺었다. 한마 디로 온통 난리다.
바로 엊그제 김현철 청문회를 보며 한오라기 양심과 도덕의 여지없는 몰 락에 너나없이 우국지사가 되어 흥분했던 그들이었다. 정국의 혼란과 밑 모르는 경제난에 울분을 토했던 바로 그들을 졸지에 환각적 ‘착란’ 속 으로 이끌어간 이 나비의 비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쫓기듯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어머니가 수차례씩이나 바뀌는 고난의 개인사를 딛고 선 입지전의 여성이기 때문인가. 서양인들에 대해 느끼고 있는 비너스 컴플렉스를 일정 부분 비껴가게 한 공로 탓일까. 하지만 그 것은 대다수 ‘황색인’의 신체적 열등감을 확인해줄 뿐이다. 벌거벗은 몸이 탐나서일까.
기자는 이승희를 탓할 생각이 없다. 누군가 말하듯 국내에서 벗으면 외설 이고 외국에서 벗어 성공하면 영웅인가 라는 비난에 동조하고 싶지도 않 다. 단지 한 누드모델 앞에서 허둥대고 열광하고 흥분하는 문화적 풍토가 괴이할 뿐이다. 미국의 자존심 디즈니랜드 프랑스 지사가 거의 도산 직전 이고 ‘쥐라기 공원’의 허구적 취향에 ‘제르미날’이라는 휴머니즘으로 맞섰던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심이 부럽다.
사진·글 <씨네21> 이혜정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