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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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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의 자선단체는 종교적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자선냄비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구세군 영국 총본부.)
‘영국의 자선단체 총매출액, 국방비 능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4월 말 발간된 ‘베어링 자산평가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현재 영국의 국방비와 각종 자선단체 총매출액이 각각 1백30억파운드( 약 18조원)로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자선기간의 규모와 활동이 점점 더 늘고 있어 자선사업 예산이 국방비를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영국에서 자선은 아주 광범위하게 정의된다. 구빈, 교육, 종교관련 활동 은 물론이고 문화재단, 보건, 사회정의, 인권 등 공익향상을 위한 모든 활동이 자선사업으로 분류되며 국가도 이들의 활동에 크게 의존하는 형편 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지역에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자선기관만 17만개 가 넘으며 이들은 ‘자선관리법’에 따라 설립된 자선위원회의 감독을 받 는다. 자선활동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 자선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만 해도 50만명이 넘는다.
베어링연구소의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위 3천개 자선기 관의 수입원이다. 대중의 자발적 기부가 전체 수입의 28%, 국가지원이 26 %를 차지했다. 각종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몫이 31%였고, 그 나머지는 투자와 임대료 등이었다. 기업체의 기부금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몫을 차 지한 것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영국의 기업체가 기부한 금액을 다 합쳐도 규모가 큰 자선단체 하나의 지출액에도 못미쳤다.
이번 조사에서 영국 내 가장 큰 자선단체는 문화·교육사업을 많이 벌이 는 웰컴트러스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위 3천위권에 오른 자선기관들 중 에는 유독 산매상, 건설업, 식품제조업체가 많았다. 이들 기업의 경우 주 로 창립자가 종교적 이유에서 사업과 박애활동을 결부시킨 역사적 뿌리를 그대로 지녀오고 있다. 부의 축적보다 사회환원에 더 큰 관심을 쏟은 것 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선사업은 사회·경제적 영향력에 맞춰 점점 더 전문화 바람을 탄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인이 일반 기 업처럼 경영하는 자선단체를 보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 문에 자선기관이 자신의 활동내역을 대중 앞에 공개하고 검증을 받는 분 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지난 92년 의회에서 개정된 ‘자산관련법’에 따 라 모든 자선기관은 총수입 중 얼마를 실제 자선에 쓰는지 밝힐 의무가 생겼다.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며 핵을 보유한 나라의 국방비만큼이나 되는 돈을 쓰는 자선사업이 그 위상에 걸맞은 의무를 부여받는 것은 당연해 보 인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