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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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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컴퓨터가 벌인 세기의 체스 대결에서 러시아 출신의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38)가 11일 IBM 슈퍼 컴퓨터 ‘딥 블루’에게 무릎을 꿇 고 말았다.
이날 벌어진 딥 블루와의 최종 6차전에서 그는 불과 19수 만에 ‘퀸’을 어이없이 잃은 뒤 기권을 선언했다. 5월 초부터 뉴욕에서 벌어진 컴퓨터 와의 대결에서 카스파로프는 첫승을 따낸 뒤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그 러나 지난해에 비해 성능이 2배로 개량된 딥 블루는 2차전부터 ‘실력’ 을 발휘하기 시작해 6차전 직전까지 카스파로프와 1승3무1패로 팽팽한 대 결 양상을 보였다. 결국 마지막 6차전에서 불과 1시간 만에 궁지에 몰린 카스파로프는 화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말았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가 게임 직후 보인 행동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 다”고 사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딥 블루가 체스게임기가 아니라 자신 한 사람만을 겨냥해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패배에 쉽사리 승복 하지 않았다. 카스파로프는 6차례의 시합이 진행되는 도중 IBM쪽의 컴퓨 터 조작팀이 프로그램을 업버전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감추지 않았으 나, IBM쪽은 “지난해의 승부 이후 딥 블루의 성능을 향상시켰을 뿐”이 라며 이를 일축했다.
딥 블루 제작팀은 지난해 2월 카스파로프와의 승부에서 컴퓨터가 1승2무3 패로 패배한 이후, 미국의 전 체스 챔피언 조엘 벤자민의 자문을 받아 최 근 1백년 동안의 모든 체스기전 결승전 기록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는가 하 면, 1초에 2억개의 대응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계산속도를 2배로 향상시 키며 설욕전을 준비해왔다.
아제르바이잔의 유전도시 바쿠에서 태어난 카스파로프는 지난 85년 11월 같은 소련 출신의 신화적인 체스 선수 아나톨리 카르포프를 꺾고 22세의 나이에 사상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지금까지 정상의 자리를 단 한번도 빼앗기지 않은 채, 사람을 상대로 한 대결에서는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카스파로프는 “언젠가는(기술의 끊임없는 발달로) 컴퓨터가 체스대결에 서 사람을 누르겠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니다”며 이번 패배가 단지 ‘실 수’에 불과했음을 강조했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