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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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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겐 새로운 분야이고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해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 최대의 전자산업단지인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 하는 사람들은 정문에서 무뚝뚝하고 우람한 체격의 경비원 아저씨 대신 앳된 모습의 민영난(20·여·사진)씨의 안내를 받게 된다.
늘씬한 키에 단정한 옷 매무새, 항상 웃는 얼굴의 민씨는 여성으로 이뤄 진 이른바 ‘삼성 도우미’ 4명 중 한명으로, 대표이사 얼굴은 몰라도 민 씨의 얼굴은 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제는 ‘공장의 얼굴’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하루 방문객만도 5천여명, 여기에 각국 대통령·고위경제 관 계자 등 이른바 ‘`VIP’ 손님들에 이르기까지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근무시간 12시간여 동안 줄곧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출입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소리없이 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민씨의 정식 직책은 삼성전자 안전요원이다. 올해 초 고교를 졸업한 민씨 가 체육관 관장의 권유에 따라 안전요원 시험에 응시해 근무에 들어간 것 은 지난 3월부터다. 입사 처음 한달 동안 안내·인사법 등 기본교육에 이 어 산악훈련과 호신술, 안전무술 등으로 짜여진 강훈련을 받았지만 동료 남자사원 80여명의 틈바구니에서도 이를 거뜬히 해냈다.
중학교 때 시작한 태권도가 이제는 공인 3단에 격투기 3단의 유단자이기 도 할만큼 다부진 체력과 무술 소유자인 민씨는 “사람의 첫인상이 사람 을 좌우하듯 삼성전자 이미지는 공장 입구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며 자 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에는 철저하지만 하루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호프집에 들러 수다 를 떨거나 노래방에선 박상아의 <뮤지컬>을 부르는 민씨는 말 그대로 신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또래의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록카페나 디스 코테크에는 아직 가본 적이 없다는 민씨는 일주일에 2∼3일은 도장에 나 가 무술을 연마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는 노력파다.
“삼성에서 전문 경호팀을 만든다고 하는데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실력으 로 인정받는 전문 경호원으로 당당하게 서고 싶어요.”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민씨의 야무진 꿈이다.
수원=홍용덕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2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