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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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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카페’.
서울 합정동로터리 근처에 있는 커피숍 ‘쎄씨’에 가면 향긋한 커피향기 말고도 한가지 즐거움이 더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카운터 옆에 마련된 조그만 진열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는 것이다. 나올 때는 책 한권 을 거져 가져갈 수도 있다.
지난 2월 이 커피숍을 연 정선희(37)씨는 바깥주인 윤재봉(41)씨와 손님 들에게 줄 개업 기념품을 뭘로 할 것인가 고민 끝에 책으로 결정했다.
“기념품 제작업체에서 가져온 목록을 보니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볼 펜이나 라이터보다는 무언가 오래 남는 것을 하기로 했지요.” 선뜻 책으 로 결정하게 된 것은 남편 윤씨가 지난 84년부터 같은 건물에서 범우문고 를 운영해온 ‘책방주인’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층부터 3층 까지 제법 규모가 큰 서점을 운영했으나 점차 손님이 줄자 서점을 그만두 고 2층을 커피숍으로 바꾼 것이다. 책 진열장에는 <책과 인생> 등 잡지류 를 비롯해 단행본 및 문고판 소설, 바둑·등산·낚시 등 취미관련 책들이 2백여권 가량 진열돼 있다. 책은 출판사에서 대량으로 사두었다가 진열장 이 비는대로 다시 채워넣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 가운데 약 80%가 책을 한권씩 가져간다. 하루에만 약 6 0권 정도가 나간다. 지난 2월 개점 이후 손님이 가져간 책은 모두 5천권 이 넘는다. 손님들의 호응이 크자 아예 책 선물을 계속할 생각이다.
“어떤 손님은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도로 갖다놓기도 하고, 빌려갔다 반납하는 거냐고 묻기도 해요. 그런데 통째로 열몇권을 몰래 가져가는 손 님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을 한권만 가져가십시오’라는 문구를 붙여놨죠.”
원두커피 한잔에 3천원, 가장 비싼 생과일주스나 팥빙수는 4천5백원. 보 통 커피숍에 비해 비싸지 않다. “책을 거져 드린다고 손해보는 건 아니 예요. 지난번 가져간 책을 다 읽었다며 다시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있으니 까요.”
정씨는 “커피향기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마음도 향기롭게 한다면 금상첨 화 아니냐”며 “우리 아들딸들도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해서인지 모두 반장을 맡고 있다”는 자랑도 잊지 않는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