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한겨레21

활기 넘치는 ‘작은 공연’

클래식을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은 교향곡을 먼저 듣는다. 베토벤의 <운명> , <합창>, 슈베르트의 <미완성>, 드보르작의 <신세계> 등 교향곡은 자세 히 몰라도 이름만으로도 낯설지 않고 온몸을 휘감는 듯한 웅장함에 실린 작곡가와 지휘자의 영혼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 에 조금 더 빠져들다 보면 교향곡에서 협주곡으로, 그리고 실내악, 현악4 중주, 소나타 등 점점 더 예각이 날카로운 부문으로 나아간다.

실내악의 매력은 듣는 이를 쥐고 흔드는 교향악과는 달리 편안한 옛 친구 처럼 안식을 준다는 데 있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교향악 공연이 엄청나 게 넓은 공연장, 악단과 객석의 경계에 우뚝 솟은 지휘자의 카리스마 등 으로 음악이 위에서 쏟아지는 것처럼 들린다면, 소극장의 실내악 공연은 집안 거실 한쪽에 무대를 마련한 듯한 아늑함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 한 건, 10만원대를 호가하는 교향악 공연에 비해 실내악 공연은 1만~3만 원, 기껏해야 5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입장료다.

최근 국내 클래식 무대에 실내악 공연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빈, 런던, 오슬로 심포니, 라 스칼라 등 외국 유명교향악단이 줄을 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국내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력있는 실내악단들 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극심한 불황 탓에 공연기획사들의 비용 줄이 기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실내악 공연이 클래식 무대를 더욱 성숙시 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는 정상급 연주단의 경우 1백여명 가까운 단원들의 항공료와 숙식비, 개런티 등을 다 합하면 보통 3억~5억원의 경비가 든다. 반면 실 내악단 유치비용은 3천만~5천만원선이면 해결된다. 기획사는 실내악 공연 을 통해 경제적 부담도 덜고 음악성이라는 명분도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4월24일 문화예술 전문 케이블TV ‘A&C 코오롱’ 초청의 ‘뉴욕필하 모닉 현악4중주단’ 연주회도 비슷한 사례다. ‘A&C 코오롱’은 지난해 정격연주 거장 존 엘리어트 가드너 지휘의 잉글리시바로크 솔로이스츠와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초청했지만 올해는 불황여파로 규모를 줄였다. 공연 기획사 ‘코벤토 인터내셔널’은 프랑스 관악8중주단 ‘필리도 앙상블’( 5월10일)을, ‘서울예술기획’은 재즈실내악단 ‘클로드 볼링 빅밴드’(5 월11, 14일)를 초청했다.

CMI는 ‘97 세계 실내악 시리즈’를 기획, 5월19일 프랑스 ‘아자이 4중 주단’을 시작으로 올해 여섯팀의 실내악단을 초청한다. 6월 이탈리아 ‘ 카페 콘체르트 슈트라우스’, 9월 오스트리아 ‘빈모차르트 트리오’, 10 월 미국 ‘과르네리 현악4중주단’과 덴마크의 ‘사프리 듀오’, 12월 프 랑스 ‘자크 루시에 트리오’가 차례로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간격이 뜨는 여름시즌에 몇팀의 실내악단을 더 초청해 실내악 붐 을 일으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CMI가 현재 확정된 6개 실내악단 초청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합해 1억5천만원 정도. 유명 교향악단 한번 초 청에 드는 비용의 절반 정도다. CMI 설현아씨는 “비용절감 측면도 있지 만 클래식팬들에게 고급실내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도 크다” 고 말했다. 아자이 4중주단은 6백석 규모의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하이든, 드뷔시, 라벨의 현악 4중주곡을 들려준다(02-518- 7343).

또다른 공연기획사 프로아트도 오는 6월7~11일(서울, 대전, 청주) 10~17 세의 차세대 유망주들로 구성된 미국 ‘스탈링 쳄버 오케스트라’ 초청 연주회를 갖는다. 빈체로도 오는 6월14~17일(서울, 울산, 부산) 세계적 실내악단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쳄버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를 가진다 .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헨델의 <합주협주곡 제2번> 등을 연주한다(02-3474-0436~8).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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