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꾼다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한겨레21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대월농협 단월지소

 주민등록등본 한통을 떼려면 8km나 떨어진 시내 동사무소까지 나가야 한다. 단번에 가는 교통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버스에서 내려 2km를 더 걸어야 한다. 게다가 농민들 대부분이 행정에 어두운 노인들이다. 그러다 보니 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서류인 줄 알고 갔다가 시청까지 가는 일도 흔하다. 서류 한통 떼러 시내에 나갔다 돌아오면,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 어가기가 일쑤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대월농협 단월지소에서는 이런 농민들의 불편을 덜 어주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민원업무를 대행해 주고 있다. 이 제안 을 한 최석규(54) 조합장은 사연이 다소 복잡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이천군이 시로 승격하면서 단월리 인근 7개부락 1천32가구 가 시로 편입됐습니다. 이천시 중리동사무소 관할로 들어간 거지요. 단월 리에 있던 면사무소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단월리 농민들 이 민원서류 한장을 떼기 위해서는 8km나 떨어진 동사무소까지 가게 된 거죠.”

거리도 멀었지만, 옛날 면사무소와 지금 동사무소의 행정체계가 달라, 농 민들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면사무소는 농업을 담당하는 산업 계가 따로 있는 반면에, 동사무소는 직원 한명이 농업관련 행정업무를 모 두 맡아 한다. 또 면사무소에서 일괄처리하던 서류들이 각각 시청과 동사 무소 관할로 나뉘어져 버렸다. 주민등록등본이나 농지원부 등본은 동사무 소에서, 임야나 토지대장은 시청에서 떼는 식이다.

“농협 단월지소에 행정 전산망을 깔고 공무원 한명을 파견해달라고 요청 했으나, 시청과 내무부에서는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예산과 인력이 없다 는 거였죠. 그래서 농협에서 민원업무를 대행해 주기로 한 겁니다.”

단월지소에서는 민원 전담직원 한명이 오전 동안 농민들로부터 신청을 받 는다. 오후에는 전담직원이 동사무소와 시청에 들러 민원서류를 떼다가 농민들에게 나눠준다. 하루 평균 3~4건씩의 접수가 들어온다고 한다. “ 민원서류 전담직원이 농민들에게 인기가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인감증명 같은 서류는 행정기밀이라 아직도 대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내무부나 시 청쪽에서 빨리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것이 농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입 니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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