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한겨레21

미끌미끌, 얼음판 노동시장

실업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87년 3월 이후 처음 맞는 사태다. 지난 3월 중 실업률은 3.4%. 1월의 2.6%, 2월의 3.2%에 비하면 오름세가 주춤한 듯 하지만, 수치 뒤에 숨은 현실은 혹독하다. 한달 사이에 6만2천명이 일자 리를 잃고, 올들어서만 24만5천명의 실업자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올 1/4분기 고용동향을 꼼꼼히 뜯어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상용직 노 동자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일용직 노동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증가세다. 남성들은 직장에서 목숨이 간당간당 하고, 여성들이 그들을 대신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상용직과 일용직 노동자의 증감은 극히 대조적이다. 근무기간이 1년 이상 인 상용직 노동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만8천명(0.9%)이 줄었다. 반면, 근무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직 노동자는 14만2천명(8.9%)이나 늘 었다. 근무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임시직 노동자도 21만2천명(5.6 %)이나 증가했다. 고용의 불안정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당 노동시간이 18시간 미만인 불완전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1%나 늘어 38만4천명에 달했다. 1 8시간 이상 36시간 미만인 취업자도 13.7% 증가한 1백35만4천명을 기록했 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이들이 불황의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도 두드러진다. 새로 경제활동에 참가한 68만7천 명 가운데 남자는 21만7천명에 그친 반면, 여자는 47만명이나 됐다. 취업 자도 남자는 11만4천명(0.9%)이 늘어났으나, 여자는 38만2천명(4.8%)이나 증가했다. 불황은 집안에 있던 여성들을 냉엄한 취업전선으로 내몰고 있 다. 동시에 남성의 전통적인 지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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