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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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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교수/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헌법 제65조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에는 국회는 탄 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최고통수권자가 범법행위를 하였다면 이 조항에 의한 탄핵소추가 없더라도 김대통령은 직 책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김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통해 국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 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또는 국제환경이 급변해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않고 법을 어겼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야당의 하야 우려, 여당이 악용해선 안돼
다음, 최고지도자가 범법행위를 하고서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기는커 녕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것조차 피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 의가 뿌리를 내릴 전망은 영영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보특혜비리사 건 이후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여야가 추진 하고 있는 정치관계법개정도 당연히 허사로 돌아갈 것이다.
또 탈법행위가 명백한데도 김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경우 정치불 안과 경기위축은 물론 국제적 위신과 교섭력의 약화를 가져와 국익에도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범법의 혐의를 받은 정 치인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경우, 그것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을 경우 그 런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더욱 나쁜 짓을 하는 경향이 있다.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탈법행위를 하면서 다 른 정치인이나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는 말은 ‘어미게와 새끼게’의 우 화 꼴이 된다. 즉, 신한국당과 행정관료에 대한 통제력은 형편없이 약화 될 것이고, 야당에게는 계속 공격의 빌미를 줄 것이다. 그 결과는 정치적 불안이고, 정치적 불안은 기업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최근 들어 어려 워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최 고지도자의 탈법행위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어, 우리 외교관들의 교섭력 을 약화시키고 결국 강대국들에게 불필요한 양보를 하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국혼란과 그에 따른 헌정중단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김 대 통령은 하야해서는 안된다는 일부 야당지도자의 우려를 김대통령과 여당 이 악용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야당이 김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을 정치적 으로 이용하여 대선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수준에서 적당히 타협 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김대통령의 탈법의혹은 분명히 밝혀 야 한다. 그리고 사실로 확인되는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일부 야당지도자들은 김 대통령이 물러나면 군부의 개입 등 헌정중단사태 가 곧 일어날 것처럼 우려하는 것 같다. 분명히 해 둘 게 있다. 범법행위 를 한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정국불안과 헌정중단사태가 발 생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실제로 그런 사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런 여론이 형성되면 실제로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 은, 그리고 일어나더라도 대선후보로 나올 ‘훌륭한 정치지도자’들과 국 민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를 지레 겁먹고 범법행위를 법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남북대치라는 조건과 이를 악용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온존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부패와 탈법이 판을 치는 세상 에 살아야 할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