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5월22일 제 158호 한겨레21

김 대통령 하야해야 하는가

(사진/아들의 허물은 결국 아비의 허물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현철씨 등 가족들과 선산을 찾은 김 대통령.)

 지난 연말 노동법 날치기 이후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비리 의혹 사건, 그리고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국정이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9개월 남짓 임기를 남겨둔 김영삼 정부의 현 상황을 뇌사상태로 진단하는 가 하면, 표류하는 국정에 대한 방기 문제까지 덧붙여 김 대통령의 하야 문제까지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주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우유부단이 계속되면서 그 힘을 더해가는 형편이다.

<한겨레21>은 극한으로 치닫은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긴 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신문사 여론조사팀(팀장 원 성연)이 5월11일 전국의 성인남녀 5백명(제주도 제외)을 대상으로 전화로 이뤄졌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4.4%이다. 편집자

국민들의 생각은 분명했다. 대선자금이나 김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비 리와 관련한 김 대통령의 중도하차 즉, 하야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자금과 관련해 김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 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31.3%가 ‘물러나야 한다 ’고 답한 반면에 58.5%는 ‘물러나선 안 된다’고 대답했다. 전체 응답 자 중 78.5%가 현철씨가 92년 대선자금 가운데 일부를 기업체 등에 숨겨 놓은 것을 김 대통령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자금과 관련한 김 대통령의 하야론에 대한 국민들의 견해는 현재로서 는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궐위됐을 경 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5년 임기의 후임 대통령을 선출토록 하 고 있다.


자민련 지지자 63%가 하야 요구

또 대선자금과 관계없이 현철씨 문제와 한보사건만으로도 김 대통령이 책 임지고 물러나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물러나야 한다’가 30.1%인데 비해 ‘물러나선 안 된다’가 61.8%로 나타났다. 이는 김 대통령의 국정 수행 에 대해 ‘잘한다’가 8.5%, ‘그저 그렇다’가 34.8%, ‘못한다’가 54. 1%, ‘모른다’가 2.7%로 나타나,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과 비교할 때 매우 대조적인 결과라고 하겠다.

결국 국민들은 김 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나 현철씨 문제와 무관하지 않 으며, 정국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김 대통령의 정치 도의적 책임이 하야의 형태로 귀결되는데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 즉, 정치 도의적인 문제로 헌정 중단이 되는 상황은 원치 않고 있는 것 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하야론에 대한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호남이 47.4%(대선자금 관 련), 49.6%(현철씨 관련)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자민련의 기반인 충청이 각각 37.1%(대선자금 관련)와 32.2%(현철씨 관련)로 뒤를 이었다. 반면에 하야 반대 의견은 경기·인천 지역이 70.6%(대선자금 관련), 70.2%(현철 씨 관련)로 가장 높았다.

정당 지지자 별로는 대선자금과 관련해 국민회의 지지자의 36.2%가 하야 를 요구했으나, 자민련 지지자는 63%가 하야해야 한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현철씨와 관련한 하야론에 대해서도 두 야당 지지자들의 수치도 이와 비슷해 자민련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격앙돼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통령 하야에 대해 소극적 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국민회의 의 입장이 지지자들의 의견 형성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 목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응답자의 48.3%는 ‘책 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반응을 보여 주목됐다. 정치 도의적인 하야론 이 30%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된다.

대선자금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가 54.8%, ‘가 능하면 공개해야 한다’가 26.9%로 절대다수인 81.7%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 정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6.6%가 총액과 자금 출처 모두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며, 17.7%는 총액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에 대국민 사과로 끝내자는 견해는 19.9%에 머물렀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86%(철저한 수사와 처벌 의견이 59.5%, 철저한 수사 그러나 처벌불가 의견이 26.5%)가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8%에 그쳤다.

또 현철씨의 대선자금 은닉과 관련해서는 김 대통령이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78.5%로 나타나 국민들은 현철씨의 대선자 금 관리 문제와 김 대통령을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2 1.5%만이 김 대통령이 현철씨의 대선자금 은닉 등을 몰랐을 것이라는 반 응을 보였다.


“현철비리 사전에 알았을 것” 78.5%

특히 야권에서 주장하는 김 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는 `‘탈당만 하면 된다’는 의견이 13%,` ‘탈당과 함께 중립내각 을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20.2%였으며 ‘야당의 요구에 대응할 필요 가 없다’는 견해는 18.5%로 엇비슷한 분포를 보였다.`그러나‘위법 사실 이 드러날 경우 (야당의 요구와 관계없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48.3%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편 정당지지도는 신한국당 12.2%, 국민회의 18%, 자민련 6.2%, 민주당 5.5%인 데 비해 무소속 13.2%와 ‘지지정당 없다’가 44.9%로 기존 정치 권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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