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
|---|
(사진/국민회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정대철 부총재의 팸플릿.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 경선에 출마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70년 김대중 신화여 다시 한번’.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오는 5월19일 국민회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회의 부총재 정대철 후보의 야무진 꿈이 담겨진 구호이다. 그것도 신화창조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총재를 ‘` 제물’로 삼아 새로운 야당 신화의 창조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70년 야 당 대선후보경선에서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막판 뒤집기를 통해 대 선후보를 따낸 `‘김대중 신화’를 `‘정대철 신화’로 바꿔놓겠다는 것 이다.
시대는 새 인물을 원한다
자신의 배꼽이 큰 사실에 빗대 `‘유난히 큰 배꼽’이란 제목의 저서까지 갖고 있는 정 후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비유되는 절대적 열세를 뒤집지 위해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오라는 데는 별로 없지만 전국 지구당을 돌며 위원장 등의 눈치 때문에 기피하는 대의원들을 만나 “왜 김 총재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운지”를 설득하고 있다. 그의 비서실장격인 이명준씨는 “정 후보에 대한 대의원들의 지지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며 “정대철 신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 후보쪽에서는 나름대로 오는 5월19일 전당대회에서의 `‘이변’을 위 한 준비를 마무리 해놓고 있다. ‘이미 `국민의 꿈은 정권교체입니다. 시 대의 명령은 새 인물입니다’라는 메인홍보물도 만들었다. 선거운동 진용 도 짜여졌다. 조순승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박정훈 의원이 선 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대변인에는 문학진 경기 하남·광주지구당 위원 장을, 수행실장에는 박우섭 인천남갑지구당 위원장을 앉혔다. 미국식 예 비선거제 도입을 위해 구성했던 `‘국민경선제추진위’가 고스란히 정 후 보의 선거운동 캠프로 그 구실을 바꿨다. 특히 대선후보를 정 후보에게 양보하는 대신 총재 후보로 나선 김상현 의장과는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 성해 서로 품앗이를 하고 있다.
정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출마의 변으로 “정통민주세력의 적자로서 변화 를 갈망하는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역사적 책무를 완수하기 나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하더 라도 국민경선제가 당론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즉시 기득권을 포기하고 범 야권단일후보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의 출마가 개인적 야심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김대중 총재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대의원들을 자극하 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표를 찍도록 하는 선거운동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김 총재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가하기보다는 김 총재로는 왜 수평적 정권교체가 어려운지 설득하는 것이다. 정 부총재는 이런 기본방향에 따 라 ‘김대중 총재를 민족의 지도자로, 정대철을 정권교체의 기수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부친인 고 정일형 의원이 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김대중씨를 비 주류대표주자로 밀어 당선시켰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제는 DJ(김대중) 가 비주류인 자신에게 보답해 야당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도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의 홍보물에 71년 김대중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 부 발대식에 당시 정일형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참석한 사진을 싣고 있다.
“이제는 김대중 총재가 보답해야 할 차례”
정 후보는 제3후보를 바라는 국민여론과 대의원들의 정서가 맞아떨어질 경우 지난 70년 이후 27년 만에 야당 선거혁명의 재현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후보에 당선되더라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 은 인물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 용퇴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나 아니면 않된다’는 뿌리깊은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대의원들과의 직접 접촉을 통한 두더지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주류쪽 지구당위원장들이 방해해도 1대1 만남 등을 통해 벽을 넘겠 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대의원들을 두루 만났으며 조만 간 호남지역도 순회할 계획이다.
정 후보쪽은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열세이나 영남과 충북지역 등에서는 오 히려 정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자체 진단하고 있다. 또 호 남권에 대해서도 최근 실시된 전남도의회 의장선거와 전주시의회 의장선 거에서 비주류 인사가 당선된 점을 들어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원로였던 정일형 박사와 최초의 여성변호사인 이태영씨 사이의 화려 한 가문에서 태어난 정 후보가 일반인의 상식을 깨뜨리고 당내 선거혁명 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