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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주장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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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실린 어느 광고를 눈여겨 보았다. 광고는 ‘버스 좀 태워주세 요’라는 제목으로 맹인안내견이 애처롭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광고의 내용은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는 것이었고, 끄트머리에 ‘○○화재는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 다’고 써 있었다.
이 기업은 국내 최초로 맹인안내견을 훈련·양성해서 국내의 시각장애인 들에게 무료로 분양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몇년 전부터 이같은 맹인안내 견 분양사업을 꾸준히 홍보하는 기업이다. 광고만 보면 이 기업은 아주 좋은 일을 하는 도덕적인 기업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런데 속사정을 알아 보면 기업의 이중성에 기가 질릴 뿐이다.
현재 장애인 고용촉진법을 보면, 상시 근로자 3백인 이상의 사업장에는 전체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게 돼있다. 이것은 법으로 규 정된 의무조항이고, 지키지 않을 경우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국 내 10대 재벌기업 가운데 이 규정을 지킨 기업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 의 장애인은 전체 국민의 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2%의 의무고용이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최소한의 한계치인데도 법으로 제정된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고 대부분 벌금을 물고 있는 형편이다.
맹인안내견 사업을 벌이는 기업 역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장애인들을 고용하지 않고 벌금을 물고 있다. 법으로 고용하라고 하는 장애인들도 차 별하고 배타시하는 기업이 무슨 얼굴로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건 설하겠다는 것인지, 기가 찰 뿐이다. 맹인안내견을 훈련하는데 수천만원 의 비용과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그렇게 양 성된 맹인안내견을 데리고 어디를 다니라는 얘긴가. 정작 필요한 일자리 에는 인색하면서 맹인안내견은 무슨 의미를 갖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사의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장애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 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노만 치밀 뿐이다. 지금이라도 맹인안내견 분양 사업이 얼마나 위선적인 행위인지 깨닫고 장애인 의무고용에 힘썼으면 한 다.
오중환/ 경기도 광명시 소하2동 1073 오승연립 나-306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