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일방적인 결별선언으로 국내외에 충격을 안긴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와 치료용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선구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 두 사람은 태평양을 넘나들며, 때로는 대서양 건너편에서 만나 ‘형제애’를 안팎에 과시했다. 이들이 형제의 길에 들어선 것은 200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섀튼 교수는 서울에 오기 전에 국내의 줄기세포 연구자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미국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가로막힌 상황에서 파트너십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이미 같은 해 5월 섀튼 교수는 황 교수의 실험실을 방문해 호의를 밝힌 터여서 황 교수와의 공동연구에는 걸림돌이 없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난 11월12일 섀튼 교수는 황 교수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사이언스> 논문 발표의 든든한 후원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공동 연구자로서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로 합의한 상황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섀튼 박사는 지난 11월14일 피츠버그대학 공보실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조차 “유감스럽게도 난자 기증과 관련된 잘못된 설명이 있었음을 ‘추론’하도록 하는 정보를 얻게 됐다”면서도 윤리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섀튼 교수가 대단히 충격적인 정황 증거를 입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줄기세포 허브 운영을 논의하려고 황 교수를 만난 직후 서둘러 결별선언을 발표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결별이 협력관계의 예정된 수명을 다한 결과일지라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 제럴드 섀른 교수의 결별 선언은 황우석 교수의 미래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두 사람이 지난 8월3일 복제 개 '스너피'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도대체 지난 2년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사람은 한-미 양국을 대표하는 생명공학자로서 라이벌인 상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당시 인간 배아 줄기세포주 확립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던 황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를 공략할 발판이 필요했다. 이번에 섀튼 교수가 윤리적 논란을 재점화한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배아 유래 줄기세포 추출 관련 논문이 지난해 2월 <사이언스>와 미국과학진흥회(AAAS)의 엠바고(보도제한) 지정을 거치며 지구적 관심을 모은 데는 섀튼 교수의 보이지 않는 든든한 후원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 과학계의 대표적인 유대인으로 알려진 섀튼 교수의 영향력이 <사이언스>에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난자의 핵 주변에 있는 방추사 같은 미세소기관 연구 전문가에서 뒤늦게 배아복제 연구 책임자로 변신한 섀튼 교수에게도 황 교수만 한 파트너는 없었다. 섀튼 교수는 위슨콘신대학에서 가르치던 앤서니 챈, 타냐 도밍고 등과 함께 2000년을 전후로 오리건보건대학 지역영장류연구센터로 옮기면서 원숭이 복제 연구를 지휘했다. 이 연구센터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조작 원숭이 ‘앤디’(ANDi)를 탄생시켜 <사이언스>(2001년 1월12일치)에 보고하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 원숭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암의 질병모델로 주목받는다. 곧이어 피츠버그대학 매기여성병원 생식발생연구팀으로 옮긴 섀튼 교수는 원숭이 배아복제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황 교수의 체세포 복제 기술을 ‘전수’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까지 두 사람의 공동연구는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황 교수팀의 논문이 <사이언스>에 실리기 전인 2004년 1월에 황 교수팀의 연구원 2명이 피츠버그로 날아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황 교수팀의 연구가 줄기세포 치료제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7명의 교수와 60여 명의 연구원으로 이뤄져 2만 마리의 원숭이를 공 굴리듯 실험한다는 섀튼 교수팀은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였다.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2003년 4월10일치)에 게재하기도 했던 섀튼 교수는 종래의 견해를 수정하면서 황 교수팀의 도움을 받았다. 원숭이 배아복제에 성공한 뒤 원숭이 개체 복제 실험을 한 것도 황 교수팀 덕분이었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큰 황 교수팀의 배아복제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연구에 기여 없이 ‘공동저자’로 올려줘

△ 윤리 의혹을 떨처내라! 황 교수의 연구동에서 연구원들이 동물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연합)

미국 과학계에서 정치적 수사에 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섀튼 교수는 수시로 황 교수에게 뜨거운 지지를 표시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는 황 교수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황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면 영원히 하늘을 날아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연구를 하면서도 중심이 황 교수에게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지구촌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린 환자 유래 맞춤형 줄기세포 추출 기술 개발 사실을 지난 5월19일 영국 런던의 사이언스 미디어센터에서 발표할 때 섀튼 교수는 “백신이나 항생제 발견보다 획기적인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이는 영국의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공동연구 책임자로서 환한 표정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런 지지와 연대의 표현은 황 교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5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섀튼 교수를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는 “모든 실험이 서울에서 이뤄졌는데 연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섀튼 교수가 공동저자로 오른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섀튼 교수는 핵 이식을 거들지 않았고 연구비도 한 푼 제공하지 않았다. 만일 섀튼 교수가 논문 작성과 편집에 개입하거나 조언을 했다면 저자 목록에 올릴 일이 아니라 감사의 글로 갈음해야 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공동저자인 섀튼 교수가 연구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깊이 관여했고, 연구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간단히 잠재웠다.

올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최고의 발명품인 복제 개 ‘스너피’를 끌어안고 세계줄기세포 허브로 가던 두 사람은 섀튼 교수의 돌출발언으로 서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황 교수팀의 대변인 격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마저 “섀튼 쪽에서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사태 파악에 전전긍긍하는 동안, 섀튼 교수는 “2004년 난자 기부와 관련해 황 교수 쪽이 잘못된 설명을 했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면서 “이 정보를 학계와 규제 당국에 연락을 취한 뒤 공동연구를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정보의 출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의 작품”이라고 밝혀 또 다른 파문을 예고했다.

윤리 문제 휩싸이면 지원금 못 받을 수도

△ 지난해 2월 <사이언스> 논문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나오는 황 교수. (사진/ 연합)

사실 섀튼 교수가 “나를 잘못된 길로 인도했다”고 밝힌 윤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5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가 황 교수팀의 난자 획득 과정의 윤리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내외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네이처>는 황 교수팀의 연구를 승인한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에 난자 기증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네이처>의 오만한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한 뒤 지금까지 한국생명윤리학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천주교 생명윤리연구회 등의 문제제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에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가 경쟁력론 혹은 애국주의에 기대면서 ‘화’를 키운 셈이다.

일부에선 섀튼 교수가 공동연구를 중단한 데는 특유의 ‘정치적 감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섀튼 교수팀은 2년여 동안 긴밀한 관계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치료용 배아 복제 기술 등 필요한 것은 모두 얻었다”는 것이다. 섀튼 교수는 노련하게 기회를 포착해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의 공동저자로 황 교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상태다. 이쯤 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에이즈 치료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등 연구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충분히 섰다는 말이다. 국내 줄기세포 전문가는 2년 전 섀튼 교수의 공동연구 제안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섀튼 교수와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에게 ‘섀튼 교수가 너무 실리만 챙겨 끝내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섀튼 교수가 실리에 눈이 밝다 할지라도 결별선언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초강수를 써서라도 벗어나야만 하는 황 교수팀의 윤리 문제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섀튼 교수팀의 연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서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5월 미국의 민간 재단인 스타재단은 줄기세포 공동연구비로 코넬대 의과대학, 록펠러대학, 슬론케터링암센터 등에 5천만달러(약 500억원)를 3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황 교수팀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연간 24만달러(약 2억4천만원)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만일 섀튼 교수가 윤리 의혹에 휩싸인다면 연구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 섀튼 교수가 제기한 윤리 문제는 자신들의 연구 성과로 이어질 조짐이다. 섀튼 교수는 연구 성과에 윤리적 순결성까지 덤으로 얻은 채 무대 밖으로 살짝 비켜섰다. 어쩌면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1년에 기존 과제를 제외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연방정부의 지원 금지 방침을 재검토하길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간 배아 복제에 성공한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황 교수팀보다 2년가량 격차를 보이지만 섀튼 교수팀은 ‘형제애 2년’ 동안 어깨너머로 배워 기술력 간격을 백지장 차이로 좁혀, 언제든 연구 금지 장벽만 뚫리면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해 황 교수팀을 따라잡을 수 있는 셈이다. 섀튼 교수는 논문 편집 과정에서 논문 밖의 것까지 챙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은 황 교수에게 넘어와

어쨌든 공은 황 교수에게 넘어왔다. 섀튼 교수에게 구체적 증거를 밝히라고 하는 순간 황 교수팀의 윤리적 의혹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황 교수는 2005 세계기술네트워크(WTN) 생명공학상 수상을 위해 지난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면서 “혹시 내가 모르는 사실이 (난자 추출 과정에) 있을 수 있으므로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팀에 대한 조사결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검증 절차를 거친 뒤 발표될 예정이다. 설령 두 사람의 결별이 오해에서 비롯됐다 할지라도 국내의 생명과학 연구는 ‘난자 매매’보다 뚜렷한 흠집이 생긴 게 틀림없다. 마리아 생명과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위축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체의 의혹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흔들리는 세계줄기세포 허브 일부 병원과 연구자들 이탈 움직임, 황우석-섀튼 일대 격돌 벌어지나 △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황우석 교수와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로 세계줄기세포 허브(World Stem Cell Hub)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상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섀튼 교수의 영향력이 통하는 미국에서 역풍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의 퍼시픽불인센터와 어린이신경생물학치료재단이 황 교수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세계줄기세포 허브의 난자 채취를 돕고 보조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었다. 만일 2004년 <사이언스> 게재 논문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제적 기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애당초 세계줄기세포 허브는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관련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기초의과학과 임상의학의 협력연구 체제를 강화해 세포 치료, 재생의학,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 등의 첨단 임상 연구를 이끌려고 했다. 이를 통해 체세포 핵 이식 줄기세포 관련 세계적 표준을 주도할 수도 있다. 물론 줄기세포 연구의 한 축인 냉동배아나 성체 줄기세포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국내 연구자들의 볼멘소리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일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세계 배아줄기세포 허브’일 뿐이라며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이 더해지면서 세계줄기세포 허브의 구실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임상연구를 담당하는 안규리 서울대 교수는 일부의 이탈 조짐에 대해 “섀튼 교수와 관련된 병원이 불참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섀튼 교수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 예측되지만 나름대로 대처할 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교수와 섀튼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의 주도권을 놓고 국가적 자존심을 내걸고 맞수 대결을 벌일 것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으로선 황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줄기세포 허브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게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다. 윌머트 박사는 황 교수팀과 함께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의 한 관계자는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없다는 게 윌머트 박사쪽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황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모색하는 연구자들도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인 미시건주립대학의 호세 시벨리 교수는 <네이처> 기자에게 “섀튼의 명확한 공개와 황 교수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번 파문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에 제동이 결렸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자들도 섀튼 교수가 입수한 정보의 실체를 궁금해하면서 향후 조사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자칫 조사결과에 따라 황 교수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는 형국이다. 당분간 국내외에서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조짐이다. 물론 황 교수팀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가 연구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세계줄기세포 허브에 관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운영비 110억원과 연구개발비 40억원이 지원된다. 여기에는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지원금도 포함돼 있다. 섀튼 교수팀과의 일대 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