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칼럼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한겨레21

MANSUN, ATTACK OF THE GREY LANTERN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우리가 영국의 R.E.M.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들보다 더 크게 되지 않는다면 때려치울 것이다.” 신출내 기치고는 호기있는 발언이다. 아, 잠시 여기서 R.E.M.이란 ‘인디계의 제 왕’의 상징이다.

이 시건방진 발언의 주인공은 맨체스터 남부에서 15마일 떨어진 지역인 체스터(Chester) 출신 밴드의 리더인 폴 드레이퍼(Paul Draper)이다. 밴 드의 이름이 좀 이상하다는 궁금증은 앨범 해설지를 보면 풀릴 것이니, 논외로 하자. 우리가 궁금한 것은 ‘브릿 팝 이후(post-Britpop)’의 상 황이다.

한 인터넷 잡지에는 “오아시스는 제쳐 놓고, 드럼앤베이스(테크노 음악 의 한 장르)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는 일도 잊어리고, 스파이스 걸 스(Spice Girls)의 치마를 쳐다보는 것도 그만둬라. 이 앨범을 구매하라 ”고 써 있다. 마지막의 판매전략성 발언만 제외한다면, 현재 영국 팝음 악의 일면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천하를 평정한 오아시스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테크노 음악도 이미 주류에 진입한 지 오래고, 춤추는 미녀를 관음하는 것도 질린 상태라는….

물론 비음섞인 강렬한 보컬과 전체적으로 두터운 음색 때문에 맨선은 몇 년 선배인 오아시스나 스웨이드(Suede)를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싱글 차 트를 장식했던 `넓게 열린 공간'(Wide Open Space)이나 `그녀는 내 코피 를 흘리게 해'(She Makes My Noise Bleed) 같은 곡은 무척 ‘잘 만들고 잘 연주한’ 곡이다. 낙후된 리듬 패턴을 단조롭게 반복하던 대부분의 선 배들과 달리, 둥둥거리면서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도 재밌고 현(絃), 교회 종, 사이렌, 어쿠스틱 기타 등을 적절히 삽입한 재능도 빛난다. 또 한 가 지. ‘레논-매카트니주의(?)’의 전통인 가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가사도 앨범 커버의 자주색 장미 침대 그림과 더불어 퇴폐적이면서 탐미적.

어떤 이는 이미 발표된 싱글을 제외한다면 이 앨범에서 새로이 들을 게 별로 없다고 불평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사람으로서는 다행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영국의 R.E.M.? 그러기엔 이미 멤버 교체가 너무 잦았고, 매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버렸고, 무엇보다도 ‘1인 독재’가 심한 듯. 그렇게 까놓고 솔직한 게 ‘90년대적’이고 ‘영국적’인지는 몰라도 .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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