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공공연한 비밀, 막강 김현철 커넥션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현철씨의 한보의혹 관련설은 김 대통령 취임 이후 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포스트에 포진해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들중 상당수는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 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결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 사할만한 권력의 요직에 있거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통령 취 임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던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을 비 롯해 이원종 정무수석, 이석채 경제수석 등이 모두 그와 각별한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다.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중 직무수행 능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박씨가 재무부 장관, 통상산업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던 비 결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현철씨와의 각별한 관계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씨가 경제수석으로 재직중 경복궁 맞은 편에 있는 국군지구병원에 입원 하고 있던 현철씨를 문병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원종 수석과 이 석채 수석은 현철씨의 경복고 선배이다.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대출을 선 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형구 전 산업은행 총재도 현철씨와 가까웠던 것으 로 알려졌다. 이씨가 김 대통령 집권 초기에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관료사회에서는 그가 현철씨 라인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 정 도였다. 현철씨는 인사에서의 영향력 행사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관료사회에서는 그와의 커넥션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 다.

현철씨는 또 지난 92년 대선 때 자신이 이끌던 사조직 멤버들을 청와대의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에 대거 포진시켰다. 안기부의 실세중의 한사람 으로 불리는 김기섭 운영차장도 이른바 현철사단의 일원이었다. 고위공직 자의 비리를 내사하고 개각시 장차관 대상자의 인사카드를 작성하는 사정 2비서관(현재는 공직기강 비서관)에는 예외없이 그와 각별한 관계에 있 는 인사들이 등용됐다.

야권으로부터‘황태자’ ‘젊은 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은 데서 볼 수 있듯이 현철씨의 막강한 파워는 부친인 김영삼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는 김 대통령의 집권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지대한 공로를 세운 1등공신이자 김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겸 동지였다. 취임 초기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각종 풍설이 난무했을 때 김 대통령은 “아들만 아니라면 총리를 시켜도 부족할 텐데…”라고 옹호할 정도로 집 권과정에서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민주계의 한 중진이 김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직후 현철씨의 해외유학을 김 대통령에게 진언했다가 큰 곤 욕을 치른 적도 있다. 김 대통령의 민자당 대통령 후보지명 획득이 매우 불투명하던 91년 현철씨는 소장파 브레인들과 함께 김영삼 대세론을 통한 세몰이 전략을 수립해 민정계의 도전을 격파하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 웠다. 그의 측근들이나 청와대 인사들은 지금도 그를 ‘김 소장’이라고 부른다. 이 호칭은 그가 87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여의도에 중앙조사 연구소를 설립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 대통령과의 이같은 특수한 관계 때문에 그의 위치는 사실상 2인자에 가까우며 두사람은 정국의 주요현안들에 대해 깊숙한 얘기를 나누는 것으 로 알려졌다. 지난해 15대 총선이 끝난 뒤 그는 여권의 대선후보 지명 및 퇴임후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김 대통령에게 전달한 적도 있다. 여권인사들은 최대 현안인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지명 문제에 대해 거론할 경우 김 대통령의 의중과 함께 현철씨의 생각을 핵심변수로 여길 정도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그는 권력승계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여권인사들은 그가 이수성 총리와 이홍구 대표에게 관심을 갖고 있 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 한보사건이 터진 이후 이한동, 박찬종 고문 등 여권의 일부 대선주자들과 단독으로 만났다. 이 회동에서 무슨 얘기가 오 고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후보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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