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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희망의 사람들 |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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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리키 사람들의 갈대뗏목 제작 모습. 못과 철끈들을 사용하지 않지만 앞과 뒤가 높아 웬만한 풍향에도 끄떡없다.)
토르 헤이에르달(81)은 과연 어떻게 옛날 갈대뗏목을 현재에 부활시킬 수 있었을까.
헤이에르달은 모두 4차례 바다 항해에서 옛 방식으로 만든 갈대뗏목이나 발사통나무뗏목을 이용했다. 헤이에르달은 옛 벽화 등에서 뗏목의 대략적 인 외형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만드는 것은 아직도 갈대뗏목 제작기술을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카·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몫이었다.
남미 볼리비아 티티카카호수에 있는 작은 섬 수리키는 바로 갈대뗏목 제 작기술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원주민들이 사는 곳이다. 이곳 원주민인 아이마라 사람들은 예부터 그곳 자생 갈대를 이용해 갈대배를 만들던 전 통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 살고 있는 데마트리오·호세·후안·파울리노 등 4명의 리마 치 형제들은 지난 69년 모로코(아프리카)~바르바도스(카리브해) 항해에 성공한 ‘라2호’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당시 20대이던 이들 형제는 헤이 에르달의 초청으로 이집트로 가 라2호의 제작에 참여했다. 원래 아프리카 차드호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만으로 제작한 ‘라’가 68년 항해에 실패하 자 헤이에르달은 갈대배 제작과 항해술에 뛰어난 수리키 사람들을 부른 것이다.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청년이었던 리마치 형제들은 벌써 장년의 고개를 넘었다. 올해 54살인 셋째 후안에게 라2호 항해에 대해 묻자 그는 방문객을 자기집으로 안내했다. 집이라고 했지만 방 하나에 창고 하나가 딸린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잠시 마당에서 기다리자 그는 곧 커다란 사 진틀을 들고 나왔다. 라2호 항해 때 찍은 대형사진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차드 친구들하고 많이 다투었죠. 우리가 만드는 방식과 많이 달랐 던 거죠. 그때 헤이에르달에게 말했죠. 우리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 는 그만 귀국하겠다구요. 그의 중재로 갈대배 제작은 성공했고 항해도 무 사히 마쳤죠. 우리는 그래서 9년 뒤인 77년 티그리스호 제작 때에도 참여 했습니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수리키마을 높은 곳에 자리잡은 관광안내소에서는 라2호와 티그리스호의 항해루트와 그 제작과정을 담은 대형패널이 정면에 걸려 있었다. 기념품 판매소를 겸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갈대배 제작모습을 담은 기념엽서들을 팔고 있었다. 후안은 마침 안내소 뒤에 있던 작은 갈대배를 가리키면서 그 제작과정을 설명해주었다.
“못과 철끈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것이 갈대배의 특징이죠. 갈대로 만 들어 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앞과 뒤가 높아 웬만한 풍랑에도 견딘답니다. ”
하지만 수리키 사람들의 갈대배 제작이 과거의 일로 그치는 것은 결코 아 니다.
“지금도 수리키 사람들은 갈대배를 만들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이스터섬 을 출발해 세계를 돌게 되는 뗏목도 이곳 기술자들이 지난 96년 여름 이 스터섬으로 가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마을 어른인 파울리노 에스테반(6 7)이 제작책임자였고 그는 항해에도 참여할 것입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