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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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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쪽 가슴만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등 직접적인 인체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꿈의 에너지 원자력’, 그 신화에는 불안과 분노가 항상 함께 했다. 지 난 89년에는 전남 영광원전 주변에서 무뇌아와 기형가축이 출생해 주민들 이 두려움에 떨었고, 최근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원전 지역 주민들도 이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소는 피해사례에 대한 정확하 고 체계적인 조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터무니없는 불평이나 원전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쯤으로 무시됐다. 그리고 “원전은 안전하며 주민들 의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는 한국전력쪽의 주장만이 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겨레21>은 녹색연합(담당 석광훈 간사)과 함께 최근 삼중수 소 누출과 기형가축 출생 등으로 안전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 월성 1호기’ 반경 10km 안에 있는 양북, 양남, 감포 등 3개 지역에 대한 민간차원 최초의 피해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18일부터 26일까지 녹색연합이 3개 지역 안 1천4백5 7가구를 상대로 기형가축 등 피해상황을 묻는 1차 전화설문조사와, 전화 조사를 근거로 1월28일부터 31일까지 2백41가구에 대한 현지방문조사 방 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는 환경보존을 위한 경주시민의 모임, 대구 푸른평화운동본부, 월성 핵발전소 주민대책위원회가 참여했다. 이번 조사 는 물론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방사능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치가 없었고 빈번히 발생한 기형가축 등이 원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과 학적인 진단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원전 지역 주민에 대한 민간단체 최초의 조사를 통해 피해실태를 가감없이 전 달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사결과 기형가축이 빈번히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1차 조사를 토대로 방문조사를 실시한 2백41가구 가운데 41.5%에 이르는 1백 가구에서 가축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가운데 기형소 출 산 등 소와 관련한 피해를 경험한 경우가 81가구였으며, 개 14가구, 돼지 4가구 등이었다. 실제 어느 곳을 가나 기형소 출산에 대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한집 건너 한집에서 기형소가 나왔다”
양북면 입천리의 경우 “한집 건너 한집에서 기형소가 나왔다”며 불안감 이 특히 높았다. 지난 96년 5월 전신마비 소가 태어나 죽었다는 김명식(4 0)씨는 “적어도 1년에 한 마리 정도씩 사산을 하거나 기형소가 나온다” 며 “암소를 40마리나 키웠었는데 사산이나 기형소 출산이 많아 이제 거 의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입천리 주민들은 “96년 5월에만도 전체 2 5가구 가운데 5가구가 기형소 출산 피해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양남면 읍천리 인양목장 윤병태씨의 경우 기형소 출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암소들의 불임현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3년 전부터 1년에 6~7마리씩 머리가 없거나 눈이 먼 소, 심지어 는 뼈만 있고 살은 없거나 뜨거운 물에 삶아 놓은 듯한 소들이 속출했다. 26마리가 이렇게 죽었고, 현재 남아있는 23마리마저 모두 불임이다. 윤씨 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원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피해 가 심하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2월에는 양북면 송전리 김아무개씨 집에서 성기와 항문이 없는 송아지가 태어났고, 감포읍 호동리 이상병씨 집에서도 지난 6월 초 양쪽 눈이 없는 송아지가 태어났다. 그리고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양쪽 무릎관 절이 굵고 오른쪽 뒷다리가 뒤틀린 출생 1개월의 기형송아지와 양눈에 백 태가 낀 송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뿐이 아니다. 기형 강아지도 자주 출현한다. 양북면 권이리 하군낙씨 집에서 지난해 12월 태어난 강아지는 언청이 입에 잇몸까지 뒤틀린 기형 이었다. 원전이 있는 양남면 나아리 박아무개(55)씨는 “3년 동안 개를 길러왔는데 10마리 가운데 3마리 정도 기형으로 태어나 죽고 도사견이 한 번에 21마리나 새끼를 낳아 2~3일만에 죽는 등 이상현상을 경험했다”면 서 “지금 기르고 있는 발바리 한 마리는 배에 혹이 생기고 눈이 돌아갔 고, 다른 놈은 입이 비뚤어지고 오른쪽 앞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게 됐다 ”고 밝혔다.
이 지역 수의사 노종성씨는 “원전이 원인이라고 할 만한 증거는 없다” 면서도“원인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감 수확량도 계속적으로 감소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2백41가구 가운데 46.5%인 1백12가구가 농작물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감 수확량 감소는 모든 주 민들이 체감하는 것이다. 양북면 와읍리 김윤관씨는 “감나무에 꽃이 채 피기도 전에 모두 떨어졌다”며 “예전에 1백개 정도 수확하던 나무에서 30개를 따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5일 양눈에 백태가 낀 기 형소가 태어난 데다 감 수확까지 이 지경이지만 그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뿐 원전 때문이라는 증거를 못 대니…”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94년 부터 수확량이 점차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호소다.
바다를 끼고 있는 감포읍에서는 어업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조사대상 가 구 가운데 23.2%인 56가구가 어업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산물이 줄어들거나 물고기 폐사, 적조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이다.
감포읍 오류2리에서 해녀로 50년 동안 물질을 했다는 고봉선(70) 할머니 는 이렇게 말한다. “미역만 조금 날 뿐 바닷속이 시멘트처럼 허옇게 변 해 있다. 소라 등 벌레나 진저리풀(해초)이 없어진 지는 오래다. 일본으 로 수출하는 밤생이(성게)는 이빨이 빠져 흐물흐물하다”며 “5년 전에 비해 수확량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기형물고기도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포에서 오징어 가공을 하는 전병호(60)씨는 “바다로 그물질을 나가면 기형물고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원전 근처 한 횟집 주인은 “지난해 특히 기형물고기가 많이 나왔지만 장사가 안 될까봐 모두 쉬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기형물고기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가구가 15.8%인 38가 구에 이르러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 아님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인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체 조사 가구 가운데 50.2%인 1백21 가구가 어떤 형태로든 건상상에 문제가 있다 고 밝혔다. 관절장애(26가구), 호흡기장애(23가구), 위장장애(10가구) 등 을 주로 호소했으며 시력장애(9가구)나 백내장(6가구)을 호소하는 사람들 도 있었다. 특히 양북면 장항2리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65가구 가운데 6 가구에서 폐암 등 암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 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오두희 할머니는 “6명이 암으로 죽었고 몇 사람 이 암을 앓고 있는 등 전에 없던 일이 자꾸 생긴다”고 말했다. 물론 이 런 질환이 원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없다.
원전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1.5km 떨어진 양남읍 읍천리 주민들은 “이유 없이 눈이 아프고 따갑고 눈물이 나며 눈에 허연 게 많이 낀다”고 고통 을 호소한다. 원전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양북면 두산리 김아무개씨는 “왼쪽 가슴이 15세 여자아이의 유방 처럼 커진다”고 주장했다. “경주 동국대 병원 등에서 종합진단을 받았 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쪽은 근거없는 우려라고 일축하고 있다. “빈번히 발생하 는 기형가축의 경우 대부분이 기형이라기보다는 몸이 허약한 경우가 많았 고 조사된 기형송아지마저 생후 많은 기일을 넘겨 정확한 조사가 어렵다 ”는 게 한전쪽의 주장이다. 그리고 “감 수확 감소 역시 재배관리 소홀 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납득할 만한 원인 규명 없어 불안만 늘어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경주시민의 모임 김준철 목사는 “한전이 3년째 내놓는 똑같은 모범답안”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주민들의 이런 고통이 원전 때문이라고 확신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지만 한전쪽 역시 이런 피해 가 원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양북 면 송전리에서 출생한 항문과 생식기가 없는 송아지나 감포 호동리의 눈 이 없는 송아지 등 명확히 확인된 기형 조사에서 한전쪽도 “전염성 질환 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선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는 모호한 결론만 내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60년을 살았지만 지금처럼 봉사소에 다리 삐뚤어진 소가 흔하게 나온 일은 없었다”는 양 북면 권이리 백제수(59)씨. 그는 “이제 사람도 이런 게 나올 것”이라며 두려움을 표시했다. 경주 월성핵발전소건설반대투쟁위원회 김상왕 위원장 은 “속출하는 피해와 주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원인규명을 위한 객관 적인 역학조사단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전과 주민으로부터 독립 된 전문 역학조사단을 상주시켜 과학적 진단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녹색연합 석광훈 간사는 이렇게 말한다. “더이상 환경단체나 주민에게 원전이 유해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한전쪽이 원전 의 안전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원전이 들어설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 다.” 월성 주민들의 진정한 바람인 것이다.
경주 월성=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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