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사고로 이룩한 신화 월성1호기

(사진/지난해 11월15일 월성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캔두형 원전에 대한 설계 결함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4기의 캔두형 원전 추가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최대출력 67만9천kw, 원자력 이용률 세계 1위’

국내 유일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경수로 중심인 한국 원전을 떠받드 는 ‘좌완 투수’로 불려온 월성 1호기가 자랑하는 신화다. 하지만 이 신 화 뒤에는 사고로 점철된 최대의 방사능 누출 원전이라는 불명예가 감춰 져 있다.

0.72%의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며, 냉각재와 감속재로 중수를 사 용하는 캔두형(Canadian Deuterium Natural Uranium) 원전인 월성 1호기 는 지난 76년 캐나다원자력공사(AECL)가 턴키 방식으로 한국에 판매했다. 그리고 83년 완공과 함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동 15년 동안 28번이나 사고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안전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동 15년 동안 28번 사고 되풀이

월성 1호기의 가장 큰 문제는 냉각재와 감속재로 사용되는 중수 누출 사 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84년 11월 증기 발생기 압력조절용 밸브가 열려 방사능물질을 포함한 중수 24t이 누출된 것을 시작으로 88년 8월16일에는 핵연료 파손 여부를 감시하는 장치인 시 료채취관에 구멍이 생겨 1.9t의 중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 고 지난 94년 10월20일 또다시 원자로 냉각재 계통의 과압방지용 밸브가 열려 원자로 내부로 중수 6.5t이 누출됐다. 84년 사고를 똑같이 되풀이한 이 사고는 우리나라 원전사고에 대한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이래 정도가 가장 심한 2등급으로 판정된 중대 사고였다.

더욱이 이런 중수누출 사고는 월성 1호기뿐 아니라 캐나다에서 가동중인 다른 캔두형 원전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캔두형 원전 자체의 설계결함 등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캐나다의 캔 두형 원전인 ‘팩커링 2호기’에서는 월성 사고와 비슷한 시기인 94년 12 월10일 냉각재 유실사고가 일어났고, 95년 5월14일에도 역시 캔두형인 ‘ 브르스 5호기’에서 밸브고장으로 중수가 원자로 노심에서 유출되는 사고 가 발생했다.

월성 1호기의 중수 누출은 사고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 성이 있다. 정상적인 운영과정에서도 중수가 누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 혀져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88년 11월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처가 제출한 ‘87~88 원전운전상황보고일지’를 통해 정상운영 때도 매일같이 30~50kg, 많을 때는 1백~4백kg까지 중수가 누출된 사실이 밝혀져 원전 주 변 지역 주민들이 이주대책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한전쪽은 당시부터 “외국에서도 1~5t 정도의 중수가 누출된 사고는 있었 다”며 “환경이나 주민 영향은 전혀 걱정할 것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수는 보통의 물과 달리 인공으로 합성한 것으로 분자량이 커, 농도가 진할 경우에는 생물이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없고 탄소동화작 용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노심을 도는 1차 냉 각재인 중수가 누출돼 냉각재가 감소하면 최악의 경우 미국 드리마일섬 원전 사고처럼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진단 하고 있다.


냉각관 등의 설계상 결함 지적돼

월성 1호기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지난 83년 가동 뒤부터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을 대량 방출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 전성을 둘러싼 의문은 더 증폭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 굴뚝을 통해 94년 1만3천62퀴리, 95년 1만1천9백67퀴리의 삼중수소 를 내보냈고, 또 95년 한해 동안 액체상태로 바닷물에 희석시켜 방류한 삼중수소도 1억8천4백억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삼중수소 배출량은 국내 11개 원전에서 방출된 전체 양의 95.26%에 이르는 것이다. 이밖에도 95년 한해 동안 국내 11개 원전에서 배출된 기타 기체 방사능 물질의 97.99%에 해당하는 2만2백82퀴리의 방사능 물질을 배출했다.

한전쪽은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약간의 베타선 밖에 내지 않아 별 문제 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원자로 내부벽이나 밸브 틈에 쌓여 원자로에서 일하는 사람이 피폭될 가능성이 높고, 격납 건물 밖으로 나갈 경우 주민이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상자기사 참조).

이런 문제는 월성 1호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문제를 계속 발생시 켜온 캔두형 원전은 개발국인 캐나다에서는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의문과 반대여론에 밀려 지난 82년 이래 단 한기도 캐나다 안에 건설되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 냉각관 등 설계상 결함이 지적 되면서 조기폐쇄까지 잇따르고 있다. 94년 ‘팩커링 2호기’ 사고 뒤 캐 나다 핵에너지규제위원회는 설계상 결함을 지적하고 다른 캔두형 원자로 들에 대해서도 장비교체를 명령했다. 또 95년 10월 온타리오 하이드로사 는 20개의 캔두형 원전 가운데 하나인 ‘브루스 2호기’를 가동 18년 만 에 전격 폐쇄했다. 캔두형 원전이 최초로 폐쇄된 것이다. 또 96년 12월에 는 지난 77년 가동을 시작한‘브르스 1호기’를 2000년까지만 사용한 뒤 조기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30년 수명을 보장한다던 캔두형 원전이 23년 만에 폐쇄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최근에는 가동 13년밖에 안 된 포인트 리프로(Point Lepreau) 핵발전소에서도 원자로 조기폐쇄를 유발하는 냉각 관 침식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캔두형 원전 건설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한전 안병화 전사장이 캐나다 원자력공사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 파문을 일으키며 90년 12월27일 계약된 70만kw급의 ‘월 성 2호기’는 주민들의 반대시위에도 96년 11월6일 핵연료 장전을 강행했 다. 현재 본격 가동에 앞선 시험가동이 한창이다. 또 지난 92년 9월18일 계약을 맺은 월성 3, 4호기 역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호기는 98년 6 월, 4호기는 99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험한 캔두형원전의 신천지 한국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전은 지난해 말 월성 원자로 주변지역 56만평을 원 전부지로 추가 고시한 뒤 5, 6, 7, 8호기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리고 지난 1월9일 3백70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캐나 다 크레티엥 총리는 한국 관리들에게 캔두형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 하고 성능이 좋은 원자로라고 주장하며 구입을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국에서조차 버림받은 캔두형 원전은 한국이라는 신천지에서 또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는 안전성과 비경제성에 대 한 우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된 채 오직 꿈의 에너지라는 원자력 신화 만이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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