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2 |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
|---|
원전 옹호론자들이나 한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 대책없는 원전’을 계속 확대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은 정말 불가피 한 선택인가.
먼저 경제성을 따져보자. 경제성 논리의 핵심은 ‘저렴한 발전단가’이다 . 하지만 이 주장은 불확실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한 예로 원전업자들 은 건설비의 2% 정도를 폐기물관리비로 책정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떻게 해체하고, 폐기물을 어디에 처리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비용계산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원전 선진국 비효율성과 재정난에 시름
1992년 미국의 첫 상업용 원전인 양키 로웨(Yankee Rowe)가 32년 만에 처 음으로 영구폐쇄했지만 해체방법을 둘러싸고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 다.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방안은 아직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 러는 사이에 폐쇄된 원전과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데 매년 4백만달러(약 3 6억원)를 낭비하고 있다. 안면도 사건 뒤 10년이 지나도록 중간처분장도 찾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반감기만 수만년이 걸리는 사용후 핵연료는 과 연 누가 관리할 것이며, 그 비용은 또 얼마나 들 것인가. 또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원자력 연구비용이나 한번 사고에 수백억원씩 들어가는 사고 비용 등은 경제성 검토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최근 원전사업은 비효율성과 재정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전 력회사는 3백20억달러의 부채에 허덕이며 미국의 워싱턴전력회사는 원전 건설에 들어간 20억달러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3백억달러의 채무를 아 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원전 건설의 상당 부분이 외채로 충당되고 있다. 한 예로 울진 1, 2호기의 건설비 2조1천억원 가운 데 외채가 절반에 가까운 8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전의 외채는 국가 전 체 외채의 16%에 이르며 이들 대부분이 원전 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단지 경제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전은‘기술변화가 빠르고 전력수요 변 화가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코 되지 못한다. 10 년 이상 소요되는 건설기간, 1기당 건설 공사비가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등 원전 건설과 운영, 그리고 투자에 내재한 비탄력성은 일단 착공된 원 전은 설사 그것이 비경제적이고 낡은 기술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중단하거 나 연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원전은 과학, 기술, 지성, 관료, 군대, 산업 등 모든 분야가 하나 로 연합되어 있는 사회경제체제다. 우리의 경우 정치경제적 통제권을 가 진 중앙정부가 하나의 회사로 통합된 한전, 원전 판매에 적극적인 미국 자본, 관련 기술자 및 제도 등을 빠른 속도로 키워 오늘의 ‘원자력 정부 ’(Nuclear Regime)를 완성시켰다. 원전 확대의 진원지는 경제성 논리가 아니라 바로 이들 세력군이다. 이들은 2006년까지 18기, 2026년까지 50기 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바로 이들 체 제 때문에 주민의 반대에 부딪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도 원전은 결코 생존에 손상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력공급은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론적인 상황이 아니다 .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택의 문제이다. 순수 시설투자비만 45조 원을 들여 전체 에너지의 14%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원전에 대한 집착보다 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전력 소비 자체를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필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요 냉장고 에어컨 등 전기사용기기만 고효 율기기로 교체하더라도 2006년 기준 전력사용량의 16.4%(45,465Gwh), 최 대부하수요의 10.7%(6,290MW)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여 기에는 연료전지, PV-DSM(수요관리로서 태양광 전지)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추정치이다. 이렇게 범위를 줄여도 20.42백만TOE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은 95만kW 규모의 원전 14기(약 19조원)에 해당하는 투자비 를 줄일 수 있는 양이다.
더욱이 풍력, 해양에너지, 소수력, 태양열, 수소에너지 등을 이용한 바이 오에너지 등 대체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이미 경제성이 확 보되고 있는 가스복합화력 3, 4기로 원전 1기의 구실은 감당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대안들이 있는데도 원전보다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은 결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에너지절약 10%,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3% 등과 같은 기존의 목표에 따라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와 투자만 진행해도 원전 불가피론은 점점 더 거짓임이 판명될 것이다.
김종달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