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은반지 받으러 얼른 오세요”

“은(銀)은 예로부터 우리 몸의 병을 미리 알아내는 데 널리 쓰였습니다. 이 은반지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까지도 돌보 기를 바랍니다.”

민족생활용품점 ‘신촌 지킴이’의 지킴이 김영희(27)씨는 요즘 ‘은반지 처녀’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다. 세번째 맞은 가게생일을 맞아 손님들에 게 은반지를 선물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그동안 한복이며, 흙인형, 윷 같 은 물건을 팔면서 입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보고자 한 일이 뜻밖의 호 응을 얻은 것이다. “은반지를 오백개 맞췄는데 이백여개밖에 남지 않았 어요. 설을 전후해 가게를 찾은 분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도 이 정도면 꽤 인기를 끈 셈이죠.”

김씨가 은반지를 선물로 고른 까닭도 곱다. ‘신촌 지킴이’가 우리의 정 신을 지키는 것이라면, 은반지는 우리의 몸을 지키는 것이란다. “지킴이 란 우리의 전설이나 설화에 나오는 이름입니다. 정의를 구하고 악을 응징 하는 의로운 사람이나 민중을 뜻한대요. 주변에 넘쳐나는 서양 것과, 몸 에 해로운 것들로부터 우리의 정신과 몸이 건강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신촌 지킴이’는 우리 것으로 가득하다. 곱게 빛깔을 뺀 한복에서 흙으 로 구운 인형들, 전통원료를 전통기법으로 빚어 만든 세안용품과 화장품, 그리고 올 대보름에 즐겨 사용될 참나무 윷 등으로 가게엔 고풍마저 흐른 다. 김씨는 그런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얘기한다. “사실 처음엔 민 족생활용품이라는 게 낯설기만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깊이 빠져들었어요 . 물건들이 내뿜는 조상의 숨결을 느끼죠."

우리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그동안 많이 커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생활한복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공무원에서 우유배달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아요. 이따금 신세대 연인들도 찾아와 놀라곤 하죠.”

김씨의 초대 역시 그윽하다. “은반지를 받으러 얼른 오세요. 지리산에서 난 둥글레 차를 대접할께요.”

김상준/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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