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록의 비디오 파일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범죄 다스리는 불 같은 액션

(사진/올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찰스 브론슨을 만난다. 그의 강력한 액션에 흠뻑 취해 꽃샘추위를 물리친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비디오 대여순위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인디펜 던스 데이' `더 록' `미션 임파서블' `히트' 등 1~10위까지 거의 대부분 이 액션물이다. 영화 흥행과는 별도로 비디오 매장에선 멜로, 예술영화 등 다른 장르는 맥을 못 춘다. 극장가에서 썰렁했던 액션영화도 비디오 매장에선 환영받는다. 이처럼 액션영화가 우리 안방을 풍미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만큼 팍팍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집에서 뜨뜻한 아랫목에서 배를 깔고 (또는 드러누워) 비디 오 한편을 플레이시키면서 우린 일상탈출을 원하는 것이다. 우린 그저 아 무 생각없이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기만 하면 2시간 동안 치고 박고 부수 고 때론 쫓기면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허무일 뿐이지만 그게 비디오 아닌가?

그래서 이번주에는 계절만큼이나 시원한 액션물을 소개해 본다. 올드 팬 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액션의 대명사, 찰스 브론슨의 <데드 위시> (Death wish) 시리즈 네 편이다.

찰스 브론슨은 대개 형사로 분해 강한 이미지를 심어 왔었다. 그와 함께 아내이자 영원한 파트너 질 아일랜드의 `데드위시'로 그의 강렬한 이미지 를 한껏 느껴 보는 것도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것 같다. 85년부터 94년까지 `데쓰위시'는 비디오로 다섯 편이 출시됐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두 다른 회사에서 출시됐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기막힌 사건이 1편(1990, 백상)부터 전 개된다.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폴 커시(찰스 브론슨)는 건 축설계사로 착실한 가장이다. 어느날 행복한 보금자리에 불량배들이 침입 해 딸은 그들에게 강간당하고, 가정부는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복수의 화신이 된 폴 커시는 자경단원이 되어 총과 탄약을 구입, 사격연습을 시 작하고 모든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회악을 향해 의식적으로 총탄을 난사한다. 경찰 또한 폴 커시의 행동을 묵인하고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를 조용히 떠나 보낸다.

2편(1985, 삼원)에서 폴 커시는 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와 전편에서 강간을 당했던 딸이 범죄자들에게 죽음을 당하는데 다시는 총을 잡지 않으려던 폴 커시는 성격마저 괴팍해져 잔인하게 범죄자들을 소탕하고는 멀리 떠난다.

서부영화를 방불케 하는 3편(1988, 금성)은 ‘액션의 클래식’이라는 평 을 받고 있는데 가족을 모두 잃은 폴 커시가 이제 한 마리 외로운 늑대가 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회악을 제거하는 무법자로 변모한다. 두꺼운 강철도 뚫을 수 있는 새로운 병기를 소지하고 부패한 범죄자들이 들끓는 한 무법의 도시에서 그들과 담판을 벌인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암울한 기타 사운드는 그 유명한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이다. 3편은 어떻 게 보면 예전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O.K 목장의 결투' 를 리메이크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명실공히 액션의 클 래식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지도 모르겠다.

4편(1989, 세종)에서 폴 커시는 이제 강경파로 소문난 자경단원으로 등장 하는데 한번 지정한 목표는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는 굶주린 늑대가 되어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그러한 그에게 잘 알려 진 여기자의 딸이 마약과용으로 죽게 되자 드디어 폴 커시는 마약과의 전 쟁을 선포한다.

5편(1994, 신한)에서 폴 커시는 분노를 잠재우고 교수로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톱모델 올리비아를 만난다.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던날 그녀의 전남편이 질투에 사로잡혀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 가는 사랑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어햐 했던 커시는 다시 총을 든다. 세 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를 위해….

`데드위시' 시리즈는 국내에 85년에 2편이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자 88년 3편, 89년 4편, 그리고 90년에야 비로소 1편이 출시되는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순서에 따라 차례로 보면서 찰스 브론슨의 불 같 은 액션 연기에 흠뻑 빠져 보시라. 가끔은 킬링 타임용으로 이러한 시원 한 액션물로 머리를 식혀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나만의 극장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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