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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맛기행 |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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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은 이웃 나라들에 비해 튀김보다는 지지는 것이 많다. 육류나 생선, 채소 등의 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쌀가루나 밀가루 또는 달걀을 풀어 옷을 입힌 다음 번철에 기름을 둘러 지져내는데, 이런 것들을 통틀 어 전(煎)이라 부른다.
고유한 이름은 전유화(煎油花)로 ‘전유어’라 읽고, 속어로는 ‘전야’ 라고 소통되다가 그냥 ‘전’이 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또 전을 제상에 올렸을 때는 간남(肝南)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그 이름의 변천과정만 보 아도 전의 유래가 꽤나 오랜 것을 알 수 있다.
전은 그 소재에 따라 대략 4~5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육류로 제육전, 간 전, 쇠고기전 등이 있다. 생선류도 북어와 대구전, 도미전, 민어전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거기에 패류인 대합과 굴전 등이 포함된다. 채소류에 있어서도 가장 흔한 애호박전과 풋고추전을 비롯해 두릅전, 버섯전, 파전 등이 있다. 좀더 특색있는 화전류로 봄의 진달래전, 가을에는 국화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전을 즐겨온 것은 그만큼 많은 재료가 계절에 따라 풍성 하게 나고, 궁중에서 서민들의 일상식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차림에 폭넓 게 이용됐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어느 것이든 따끈따끈하고 노릇노릇하 게 금방 익혀낸 전은 고소한 양념장에 살짝 찍어내 먹으면 그 깊은 맛이 비할 데 없이 좋다. 입맛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이른 봄, 간식이나 안주감 으로 또는 밑반찬으로도 그만이다.
이들 중에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의 명칭이 따라붙어 지역 명물로 맥 을 이어오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동래파전이다. 부산의 동래는 미나리와 쪽파의 명산지인 언양과 해산물이 풍성한 기장을 손잡고 있는 온천마을이다. 더욱이 유명한 산성막걸리의 본고장이기도 해 이래저 래 동래파전은 이름이 나도록 조건이 딱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몇해 전까 지만 해도 20여곳의 파전집이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 맥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동래에 내려 택시를 타고 길을 물을 필요도 없이 ‘파전집에 내려 주소’하면 아무 말 않고 파전집 골목 앞에 내려준다.
이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동래구청 앞 사거리 복천동 골목 안의 ‘할 매파전’집이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할매파전과 원조동래파전 두 집이 앞 뒷집으로 이어져 있다.
할매파전(051-552-0792) 주인 김경희(34)씨의 말을 들어보면, 이곳 파전 의 내력이 3년 전 작고한 시어머니 말고도 2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무려 4대에 걸쳐 70년을 헤아리게 되었다고 한다. 주방에는 시어머니 때부터 대물림을 해오는 찬모들이 그대로의 솜씨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푸짐하게 부쳐내는 파전을 보면, 우선 큼직한 번철에 쪽파를 두툼하게 깔 고 그 위에 5~6가지의 해물을 한벌 얹고, 다시 파와 미나리를 씌우고 기 름을 슬슬 끼얹으며 꾹꾹 눌러 앉힌다. 파가 익으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 하면, 찹쌀과 멥쌀이 알맞게 섞였다는 쌀풀을 끼얹으며 옷을 입힌다. 파 와 파 사이에 살풀이 들어가 익으면서 전의 모양새가 드러나면, 다시 달 걀을 풀어 덧입혀가며 색깔을 낸다. 노랗고 하얗게 익은 달걀 사이로 파 잎새가 조화를 이루며 봄빛으로 단장된다. 이미 구수한 냄새가 집안에 가 득하다.
맛의 비결은 언양의 한국쪽파와 싱싱한 해물, 또 파와 해물을 알맞게 익 혀내 맛이 잘 배어나게 하는데 있어 동래파전의 고유맛은 역시 동래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해수온천에 몸 담그는 바닷가 나들이
부산 동래는 교통이 편하다. 부산행 고속버스터미널이 있고, 기차를 타면 부산역에서 좌석버스가 수시로 이어지며, 택시는 6천원대로 닿는다. 온천 수는 해수온천이라지만 해운대온천과는 달리 물이 매끄럽고 수량이 풍부 하다. 깔끔한 장급여관이 많아 숙박시설도 불편이 없는 편이다. 서울에서 도 주말에 하루쯤 묵어올 마음으로 떠나면 멋있는 나들이를 엮어낼 수 있 다.
마침 주말인 오는 2월22일은 대보름날로 해운대 대보름놀이와 해돋이를 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해운대까지는 버스로 20분, 택시가 6천원대로 이어진다.
김순경/ 여행칼럼니스트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