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프로무대에서 제몫하는 국내스타

(사진/내,외곽의 고른 활약을 보이는 전희철은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득점원으로 떠올랐다.)

“토종농구의 자존심을 지켜라.”

프로농구 출범 이후 경기장을 휘몰아치는 외국선수들의 돌풍속에서 국내 선수들도 한국농구가 그렇게 녹녹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선 수는 ‘농구 10단’ 허재(32·1m88·기아 엔터프라이즈). 허재는 음주운 전 파동으로 지난해 12월24일 이후 70일 만에 코트에 복귀했으나,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종전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지난 2월2일 부산 개막전에서는 초반 4반칙으로 11득점에 그치는 등 기대 에 못 미치는 기량을 보였으나, 이틀 뒤 벌어진 동양 오리온스와의 경기 를 계기로 완전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특히 이 경기에서 허재는 후 반 2분여를 남기고 102 대 98로 쫓기던 상황에서, 골밑돌파로 연속 6득점 을 쏟아부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아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허재의 부활포 장렬… 전희철·정재근 두각

(사진/3점슛 성공률 50% 이상의 정확한 슛을 자랑하는 정재근은 국내 선수를 대표하는 파워센터로 자리를 굳혔다.)

외국선수들이 상위권을 독점한 득점에서는 경기당 평균 23점대로 15위권 안에 머물고 있지만, 경기감각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도움주기와 가로채기 에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움주기는 경기당 6개 남짓 기록하 며 같은 팀의 강동희, SBS 스타즈의 제럴드 워커와 함께 1, 2, 3위를 오 르내리고 있다. 가로채기에서도 같은 팀의 클리프 리드와 워커, 나산 플 라망스의 김상식과 함께 상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슛과 드리블, 패스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다운 기량 이 프로무대에서 더욱 꽃피고 있는 것이다. 지역방어가 금지되면서 장기 인 현란한 개인기 구사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동양 오리온스의 전희철(24·1m98)도 정확한 슛으로 토종농구의 매운 맛 을 잃지않고 있다. 전희철은 골밑에서 막히면 외곽에서 고감도 득점포를 터뜨리고, 외곽이 여의치 않으면 큰키와 탄력을 이용해 골밑을 노리는 전 천후 선수로 기량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전희철은 이런 내·외곽의 고른 활약으로 경기당 평균 28점 남짓한 개인 득점을 올려,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 득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3점 슛의 경우 성공률이 60%에 이르는 등 놀라운 슛 정확도를 바탕으로 경기 당 3∼4개씩 성공시키고 있다. 골밑에서도 튄공을 경기당 6∼7개씩 잡아 내며 10위권 안에 명함을 들이밀었다.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의 기록이다.

실제 전희철은 지난 2월4일 기아와의 경기에서는 클리프 리드가 강력한 밀착수비를 펼치자 외곽으로 빠져나와 3점슛을 7개나 쏘아올리더니, 지난 2월9일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에서는 골밑에 가담해 튄공을 9개나 잡아내 는 다양한 경기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음주운전 파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허재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농구천재'다운 면모를 되찾고 있다.)

‘지옥사자’ 정재근(28·1m92·서울방송)도 외국선수와 비교해 전혀 뒤 지지 않는 착실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골밑과 외곽에서 펼치는 기복 없는 성실한 플레이는 그의 전매특허이다. 프로무대에서도 화려하지는 않 지만 꼭 필요할 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정재근도 내·외곽 가리지 않는 고른 활약을 보이는 게 장점이다. 3점슛 성공률 50%를 웃도는 정확한 슛을 바탕으로 경기당 24∼25득점을 해내며, 튄공잡기도 경기당 6개 남짓 해내고 있다. 두 부문 모두 10위권을 오르내 리는 성적이다. 국내선수로는 전희철 바로 뒤이은 성적이지만, 팀내 사정 이나 그동안 만났던 상대팀 등을 고려하면 두 선수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외국선수들의 전매특허인 블록슛에도 재주를 보여 2경기당 1차례씩 상대 슛을 쳐내고 있다.


성실한 플레이에 개인기 갖춰야 뜬다

이 밖에 정인교(27·1m82·나래 블루버드)는 2월14일 현재 6경기에서 25 개의 3점슛을 터뜨려, 2위 매디슨을 무려 7개 차이로 따돌리며 소속팀 나 래의 초반 돌풍을 이끌었다. 우지원(24·1m92·대우증권 제우스)도 초반 부진을 떨쳐내고 경기당 평균 19득점을 올리며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 다.

또 강동희(31·1m80·기아)도 도움주기(경기당 6.2개)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으며, 3점슛 성공률에서는 유도훈(30·1m74·현대 다이냇)이 61 .9%로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블록슛에서는 고졸 새내기 송인호(21· 1m88·현대 다이냇)가 외국선수들 못지 않은 탄력을 바탕으로 3경기에서 상대 슛 3개를 쳐내 5위권 안에 이름을 새겨넣었다.

박병수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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