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참교육 재도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위원장 권한대행 이영희)이 3월1일 이전 노 동법 개정 시한을 앞두고 노동법 공개수업과 단계적인 조합원 공개활동 등 사활을 건 합법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대규모 징계를 공언하고 있어 지난 89년 전교조 합법화를 둘 러싸고 벌어졌던 정부와 전교조의 정면 대립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당, 학부모들 표 의식?

임시국회의 노동법 개정과정을 통해 ‘합법화’와 ‘교사의 노동권 보장 ’이라는 조직 목표를 이루려는 전교조의 이번 투쟁은 어느 정도는 예견 된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동법 개정 전과정에서 전교조의 이런 목표가 한번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치기통과된 개정 노동법은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복 수 교총안’이다. 그마저도 단결권이나 교섭권을 불충분하게 줌으로써 복 수 교총을 성립시키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도록 만들어놓았고, 시행을 2년 동안 유예시켰다. 한마디로 전교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 이었다. 정치권의 반응도 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개정 노동법의 재개정 을 받아들인 뒤에도 신한국당은 “노동법 개정과 교원 노조 문제는 별개 ”라면서 협상 대상에서도 제외시키고 있다. 여당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환경노동위 소속 한 야당의원은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교원노조를 부정 적으로 보는 학부모들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지난 2월5일 ‘교원 공무원 노동권 확보 추진본부’ 를 결성하고 시도본부별 추진본부장을 뽑은 데 이어 조합원 총회의 결정 으로 소속 현직교사 1만5천여명 전원이 ‘교원 노동기본권 보장’이 새겨 진 녹색리본 달기와 함께, 노동법 개정 및 총파업의 내용을 담은 공동수 업을 시작했다. 공동수업에 대해 교육부는 “학습권의 침해이며 학생들을 편향된 시각으로 오도하는 것으로 교육관계법령 및 공무원법을 위반한 징 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당 또한 “어린 학생들을 전교조투쟁에 동원하는 거리투쟁식 수업이 될 위험이 농후하다”며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89년 결성 이후 현재까지 지켜온 조직의 운영과 활동 원 칙이었던 ‘비공개 조합원 제도’를 뒤집어 공개활동 전개를 천명할 정도 로 이번 투쟁을 중시하고 있다. 이번에 합법화하지 못한다면 다시 시도하 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판단이다. 공개수업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 당의 항의방문 등도 계획하고 있다. 2월 개정협상과정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3월 이후 1년 내내 계속적인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전교조는 교사의 단결권 보장이 국제적인 기준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제87호 9조는 “본조약에서 규정 하는 보장들을 군대와 경찰에 적용하는 범위는 국내법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해 군대와 경찰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교 사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은 국제사회에서는 상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50년대에 이미 진보적인 규정을 갖고 있었다. 1953년 제 정 당시 노동조합법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또는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단 현역군인, 군속, 경찰관리, 형무관리와 소방관 리는 예외로 한다”고 해 ILO 기준에 접근해 있었다. 그러나 1963년에 “ 다만 공무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단서를 개정함과 동시에 국가공무원법 제66조와 사립학교법 제58조 등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 권을 박탈시킨 뒤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후퇴’를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9년 여소야 대 국회에서는 이 조항을 “6급 이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자 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 다. 다만, 현역군인, 경찰공무원, 교정공무원, 소방공무원은 그러하지 아 니하다”로 개정해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을 보장했으나 당시 노태우 대 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노동계는 노동3권의 완전보장이 아니라 면 89년 국회통과안 수준으로라도 개정돼야 노동법 개정의 본뜻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교조는 이를 위해 국제연대활동도 진행중 이다. 국제교원노조총연맹(EI: Educational International)과 국제공공노 련(PSI: Public Service International)의 대표들은 국회방문과 함께 심 포지엄을 열고 있다.


국민회의·자민련 다른 주장

전교조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합법화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당의 반대가 거셀 뿐 아니라 야당도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89년 임시국회 수준으로의 개정을 주장하는 국민회의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노총도 전교조 합법화를 제1의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어 전 교조 문제는 막판 노동법 개정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작용할 가능성 이 높아지고 있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