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한겨레21

이회창, 든든해졌다

(사진/이회창씨.)

한보 정국을 거치면서 신한국당의 ‘대쪽’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창 고문의 광화문 사무실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하며, 이 고문의 수 첩도 갖가지 일정으로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지난해 말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처리 가담으로 곤두박질치던 이 고문 의 지지도가 한보사태 이후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측 근들은 이같은 반전이 깨끗하고 도덕적인 그의 이미지가 한보 비리의 와 중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인데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한다.


‘프로 비서진’구성에 돌입

이 고문의 행보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우선 대선 캠프가 사실상 가동되 기 시작했다. 그는 한보 수사로 정국이 어수선하던 지난 2월11일 중앙일 보 논설위원인 고흥길(53)씨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했다. 고씨는 지난 1월 까지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에 대한 비판론과는 별개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중견 언론인을 영입하는 것은 상당한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상대가 ‘대 어’에 해당하는 중앙일간지의 전직 편집국장일 경우 정치적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권의 각 대선주자들은 언론인을 경쟁적으로 영입 해왔다. 최형우 고문은 한국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황소웅씨를, 박찬종 고 문은 한국방송공사 해설위원이던 박응칠씨를 영입해 비서실장으로 대접해 왔다.

이 고문은 고씨 영입을 위해 지난해 중반부터 공을 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해 6월쯤 충청도 출신의 각계 유력인사들의 친목단체인 ‘백소(百 笑)회’에서 고씨를 만난 얼마 뒤 이 고문은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 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가 중앙일보 경영 진에게 이 정보를 알려주면서 비밀이 새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은 고씨 영입을 계기로 비서실을 대대적으로 확대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에 자신을 보좌하던 황우려 의원과 황영하 전 총무처 장관 , 진경탁 전 의원, 안동일 변호사, 이흥주 삼성그룹 고문 등 소위 ‘원로 그룹’을 대신할 ‘프로 비서진’구성에 들어간 것이다.

비서실 사무실을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의 같은 빌딩에 차린 이 고 문은 기획, 홍보, 정책 등 분야별로 비서진을 물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책보좌역에는 프랑스 파리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인 허경회씨가 발탁됐 다. 허씨는 김윤환 고문이 운영하는 `‘21세기 정책연구원’의 상임연구 위원을 지내면서 정치감각을 익혔으며, 정책과 함께 이 고문의 연설문 작 성도 보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 비서실장은 “기획과 홍보 보좌역도 곧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 캠프의 골격이 갖추어져가는 셈이다. 물론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움직여온 팀들도 인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 고 있다. 첫단계로 이 고문진영은 2월 말 청년조직을 출범시킬 예정인 것 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이 고문의 얼굴에 자신감이 엿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현 역 의원들의 잇따른 합류 때문이다. 의원 중에서는 황우려 의원이 단촐하 게 버티고 있었으나 민정계인 서상목 의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합류하면 서 원내 지지세력의 확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서 의원 외에 지금은 서 울 출신의 민주계 의원인 ㅂ의원과 민정계 재선인 ㄱ의원, 초선의 ㅈ의원 등이 주기적으로 이 고문을 만나는 등 원내 참모 구실을 하고 있다. 미약 하나마 원내 교두보가 형성된 것이다.


여론 지지도는 아직 2위

(사진/이회창 고문의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한보비리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자신감도 크다.)

그러나 이 고문의 고민도 그만큼 커졌다. 그의 대세론에 동의하는 인사들 이 속속` ‘투항’하고는 있지만, 아직 여론의 지지도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2위에 머물고 있다. 또 소위 김심으로 표현되는 김 대통 령과 민주계의 신뢰도도 별로 개선되지 못했다. 얼마 전 개혁 설문조사 파동 등으로 인해 민주계 주류와의 감정의 틈은 오히려 더 벌어졌다.

이 고문이 아직 김심과 민심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가 어느쪽에 무게 중심을 둘지는 좀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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