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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2월27일 제 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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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비서의 망명에 개입한 것으로 보도된 김 대통령 최측근 인사는 과
연 누구인가. 북한의 거물과 망명문제를 극비리에 논의할 수 있는 남한
의 권력자는 사안의 중대성이 비추어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몇몇 인사들
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분단이후 최고위 인사인 북한 노동당의 황장엽
비서 망명사건인 만큼 이를 원격조정한 인사는 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거물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황장엽 망
명사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로 가득 차 있으며 황 비서의
망명동기도 의문부호속에 쌓여 있는 것이다.
김현철, 베이징에서 무엇 했나
우선 북한의 최고위층인 황장엽 비서의 망명만큼이나 믿기지 않는 일이지 만 김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개입설은 지난해 중국의 베이징을 자주 드나 들었던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관여설과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다. 여 기서 지난 2월15일 일본의 `NHK'는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지난해 9월 황장엽 비서의 심복인 김덕홍 려광무역 총사장을 만나 두 사 람의 망명의사를 최종확인함으로써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이 보도는 황 비서의 망명이 미리 준비되고 있었으며 한 국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관련기관이 동원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반도문제에 정통한 일본의 소식통을 인용한 `NHK'의 이 보도는 이 `최 측근 인사가 김 대통령의 친척이냐는 물음에 이 소식통이 부정하지 않았 다고 전해 최측근 인사가 현철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뉴앙스를 풍겼다.
물론 `NHK'가 말한 최측근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안기부장 과 같은 권력의 핵심인사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남북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현철씨가 베이징을 자주 방문했다는 사실은 황비서의 망명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 하다. 현철씨가 지난해 가을 유엔한국청년협회 회장직에 취임했을 때 정 가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모종의 대북접촉 창구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포 석이 아니냐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물론 이 `NHK' 보도만으로 볼때 현철씨가 막후 밀사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NHK' 보도는 황장엽 비서의 망명사건을 이해하 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 황 비서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한 기업인에게 전한 서신들에서 망명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이에 따른다 면 황 비서가 망명을 결심한 것은 가깝게는 올 1월 초이며 멀리는 지난해 5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월3일엔 구체적인 망명계획까지 세워 이 기업인에게 전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북한의 최고위층 인사가 어떻 게 한 기업인에게 자신의 망명계획을 서슴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NHK'의 보도는 그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 가 된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최측근 인사가 직접 나서 망명에 따른 모든 준비와 뒷감당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인자'에게나 줄 법한 충고
황 비서의 1월3일자 서신의 수신인이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도 쉽 게 풀린다. 신한국당 입당원서와 같다는 비야냥거림이 따랐던 황 비서의 이 서신은 `‘한국에 당부한다’는 주제 아래 강력한 여당을 건설하고 안 기부를 결정적으로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 제2인자’에게나 해 줄 법한 충고로 보면 어색하지가 않다. 또 황 비서는 이 기업인에게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초청장을 보내 줄 것을 제의하는데 김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부탁하는 것이라면 이상하지도, 어려운 일도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기억력이 좋은 독자들은 바로 이 즈음에 황장엽 비서가 3월쯤 카터센터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 왔던 것을 알 것이다. 또 당시 이에 대한 정부당국자의 반응이 의외로 긍 정적이었다.
강태호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