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운동
폐수 방류와 힌두교 의례 등으로 병들어가는 갠지스에 희망을 주는 사람들
인도의 대표적인 도시는 수도 델리가 아니라 바라나시다. 그 근원에는 신성한 갠지스강이 있다. 둥둥 떠 있는 빨랫비누 거품에도 전혀 상관없이 몸을 담그고 기도하는 사람들, 다시 그 곁에서 온몸에 비누칠을 하며 목욕하는 사람들로 갠지스는 언제나 분주하다. 목욕의례를 위해 인도 각지에서 바라나시로 몰려드는 사람만 해도 하루 6만여명에 이른다.
둥둥 떠다니는 주검들
힌두교도들은 바라나시에서 죽거나 화장되는 것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이로 인해 강가를 따라 자리잡은 몇 군데의 화장터에서는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신들이 불타고 있다. 시신을 화장할 충분한 양의 나무를 사지 못한 가족들은 시신을 덜 태운 채 갠지스에 버린다. 강물 속에서 떠다니는 동물들의 사체를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바라나시의 하수까지 갠지스로 흘러든다고 하니 이 강물의 상태가 어떨 것인지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바라나시의 유명한 힌두사원 상카트 모찬 사원의 사제이면서 바라나시 힌두대학 토목공학과 학과장인 비르 바다르 미스라는 그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 강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1982년 바라나시에 상카트 모찬 재단을 설립한 이래로 갠지스강의 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힌두사제로서 아침마다 갠지스에서 아침목욕하는 의례를 드리고 있지만 이전의 사제들이 그래온 것처럼 그 강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는 강물이 비록 신성할지라도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추정해도 하루 17억리터의 생활폐수와 산업폐수가 이 강으로 흘러들고, 그 중 14억리터는 정화되지 않는다. 바라나시를 비롯한 갠지스강 주변 거의 모든 도시들의 하수 처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많은 하수들은 어떤 정화과정도 없이 갠지스로 흘러든다.
1986년에 인도중앙정부는 ‘갠지스 활동계획’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50억루피(약 1400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어떤 실효도 거두지 못했다. 당시 인도정부가 갠지스를 정화하기 위해 공급한 오수정화처리 펌프는 열악한 전기사정으로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카트 모찬 재단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하수 산화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것은 전기를 쓰지 않고 박테리아와 조류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방법으로, 전기를 이용한 시설보다 해마다 55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것이 외국기술이라는 이유로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상카트 모찬 재단은 이 기술의 도입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정부의 냉담함이 걸림돌
또한 이 재단은 지역단체와 학교를 대상으로 갠지스의 오염에 대한 지속적인 계몽활동을 하고, 영국의 템스강 정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도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정부의 신기술에 대한 냉담함을 해결하는 것이 이 재단의 선결과제다. 또한 일반대중의 관심 부족과 무지함 역시 활동의 걸림돌이다.
갠지스의 오염은 이 강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힌두교도들의 믿음에서 비롯하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들은 이 신성한 강이 어떤 식으로든 오염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예배의 한 과정으로 이 강물을 마시고 있으며,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주변에는 이 강물로 ‘신성한’ 차를 끓여 파는 찻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오염이 두려워 이 강물을 마시지 않는 믿음이 약한(?) 사람도 우기철이면 범람하는 강물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1999년에 비르 바다르 미스라 학과장은 이 선정한 일곱 영웅???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이 단체의 현재 목표와 관심사는 인도 내에서 더 많은 후원을 받는 것이다. 또한 갠지스강뿐 아니라 인도 전역의 수질오염 상태에 대해 일반인들이 더 높은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상카트 모찬 재단은 지난해 9월부터 ‘갠지스를 깨끗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델리=우명주 통신원 greeni@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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