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오경진입니다. 여느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휴학하고 싶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외신 뉴스를 보니 미얀마에 있는 제 또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사치스러울 만큼 절박한 삶을 살고 계시더군요. 불법 쿠데타로 정권을 쥔 미얀마 군부가 평화적 항의 시위를 벌이는 시민을 무차별 학살해 800명 넘게 숨졌다는 소식은 충격적입니다. 이에 일부 청년이 총을 들고 무장투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뒤섞입니다.
“자유의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압제자의 피로 생기를 되찾는다”고 합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입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했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젊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습니다. 민주주의가 젊은 피를 먹고 자라는 이유는 그만큼 젊은이들이 민주주의에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겠지요.
사람들은 청년에게 ‘나라의 미래’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우리는 각자 나라의 미래였네요. 어릴 때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은 참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나 하나도 챙기기 힘든데 나라까지 책임지라니요.
그런데 여러분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도, 다양한 경로로 미얀마 소식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것도 모두 여러분이었습니다. 그런 여러분의 모습에 저는 초·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역사책을 떠올렸어요. 매일같이 들려오는 미얀마 소식 속 여러분의 모습은 역사 교과서에서 봤던 우리의 선배들과 똑 닮았습니다.
저는 2020년 평화공공외교협력단(Peace and Public Diplomacy Corps) 활동을 하며 미얀마 친구 한 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협력단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이 공동 운영하고 한국 정부가 후원하는 민간 국제교류 단체입니다. 저는 미얀마 친구가 있는 팀의 팀장으로 활동하며 남북한이 맞닿은 휴전선이 있는 경기도 파주에도 함께 가고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2021년 1월 미얀마로 돌아간 이 친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여기에 다시는 이 친구의 사진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미얀마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MZ세대만의 색다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미인대회에서, SNS에서 미얀마의 현재를 알리려는 그 간절함을 우리는 매일 보고 듣고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모든 행동을 우리가 주목합니다. 여러분은 미얀마 역사의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 저는 미얀마로 향하겠습니다. 일면식도 없었던 얼굴을 보면서 ‘당신도 그 자랑스러운 역사 속에 있었겠군요’ 하고 속으로 되뇌겠습니다. 텔레비전 뉴스 화면 속 여러분의 상처투성이 얼굴에 다시 평화로운 미소가 가득 차길 바랍니다.
오경진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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