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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부할게, 기후는 어른들이!

스웨덴 청소년 툰베리 외침이 서울로…
9월27일 청소년 500여명 온실가스 대책 요구

제1281호
등록 : 2019-09-30 03:18 수정 : 2019-09-3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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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레타 툰베리가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해놓은 수천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9월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단에 선 16살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는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비행기 대신 8월14일 영국에서 태양광 보트를 타고 15일 동안 4800㎞ 바닷길을 이동해 뉴욕에 도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툰베리의 기후파업

이제는 세계적 인물이 된 툰베리의 시작은 평범했다. 지난해 8월20일 15살 툰베리는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란 팻말을 옆에 두고 의회 앞마당 자갈밭에 앉았다. 처음에는 10대 청소년의 치기로 취급받았다. 그가 가진 아스퍼거증후군(발달장애의 한 종류)에 대한 비하도 나왔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딸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던 부모의 마음을 바꾸고 친구들을 움직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학교를 결석하는 1인시위를 이어간 툰베리를 따라 10대들이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았다. 유럽 전역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파업이 퍼졌다. 올해 3월15일, 5월24일 두 차례 한국을 포함해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00만 명 넘는 10대들의 동맹파업이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을 비롯해 해외 언론은 기후변화라는 중립적 용어 대신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툰베리를 비롯해 10대들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변화로 지구에 닥칠 재앙에 대한 과학자들의 계속된 경고를 짚어보면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른들의 무책임이 10대들이 살아갈 지구 환경을 더욱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 1900년)보다 약 1℃(도) 상승했는데,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에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여름만 해도 유럽과 인도 등에서 40~50도의 폭염이 계속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4 기후변화 종합보고서’ 등을 보면 2도가 올라갈 경우 폭염, 폭우, 산사태, 가뭄,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사람과 생태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자원이 크게 줄어 빈곤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곤충 18%, 식물 16%, 척추동물 8%의 서식지가 사라질 수 있고, 바닷속 산호의 99%가 사라질 수 있다.


한국은 기후위기 손놓아

IPCC는 지난해 10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1.5도 보고서)를 채택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채택될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작성을 요청한 보고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0.5도만 줄여도 기후변화에 따른 빈곤 인구가 수억 명 줄고, 물 부족에 노출되는 인구도 50% 감소한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 이행하더라도 1.5도로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지금부터 각 나라가 2030년까지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감축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2100년까지 갈 것 없이 10~12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어른 세대’가 무분별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곧 성인이 될 10대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가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 ‘의무’만 지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카본 브리프>(Carbon Brief·기후과학 관련 영국 매체)가 옥스퍼드대학 벤 콜더컷 박사와 함께 태어난 해에 따라 평생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을 산출한 것을 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2도 이내로 제한하면 청소년 세대(1997~2012년생)는 조부모 세대(1946~1964년생)보다 개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6분의 1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책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중 조천호 대기과학자 글)

유럽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탄소세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한국은 온도차가 크다.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로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함께 ‘2016년 기후 4대 악당’에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감축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전 정부(2013년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허가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현재 건설 중이다. 1.5도 보고서가 제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45% 감축의 뚜렷한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라고 환경단체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환경·기후변화 단체들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9월25일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이, 기후위기의 현실과 국제사회의 흐름, 그리고 청소년을 비롯한 세계시민사회의 절박한 요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논평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열린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서 박터뜨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기후변화 책임질 어른들에게 돌직구

툰베리의 외침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계속 흔들고 있다. 9월21일 서울 대학로에서 5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정부의 책임감 있는 온실가스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9월27일에도 500여명의 10대들이 부모를 설득하고, 학교에는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모여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툰베리와 동갑인 16살(고1) 김도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한겨레21>에 “지금까지 어른들이 당연히 누려왔던 권리나 평범한 일상이 저희한테 주어질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막막하고 억울하다. 우리가 당연히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꿈과 기대가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절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을 “기후변화에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 너희가 희망이다”라고 하는 어른들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희는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청소년이잖아요. 기후변화의 진짜 책임을 진 기성세대, 정책결정권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회를 마친 시민과 청소년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에 2020년까지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달성, 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선언, 청소년기후행동과의 공식 면담 등의 요청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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