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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독립노선’ 변할까

민진당 선거 참패 뒤 총통 당 주석직 사퇴…

‘타이완 국명 사용’ ‘성소수자 교육’ 등 국민투표도 부결
등록 2018-12-01 06:57 수정 2020-05-02 19:29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월24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월24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만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독립노선을 유지해온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퇴조 속에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야당인 국민당이 지난 11월24일 지방선거에서 약진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간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바로 물러났다. 이번 선거가 양안(대만-중국) 관계는 물론 2020년 총통 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참패 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오슝

단체장 선거에서 국민당은 전체 22곳의 시장 선거에서 15곳을 차지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승리한 지역은 단 6곳에 그쳤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13명이나 당선됐던 민진당 소속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6명으로 줄었다.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민진당의 참패가 두드러진다. 전체 912석 가운데 국민당은 374석에서 394석으로 20석을 늘린 반면, 민진당은 308석에서 238석으로 70석이나 줄었다.

특히 오랜 세월 핵심 지지 기반이던 가오슝 시장 선거 패배가 민진당으로선 뼈아프다. 불과 얼마 전까지 무명이던 한궈위 국민당 후보는 ‘풀뿌리 선거운동’을 앞세워 승리를 거머쥐면서, 일약 2020년 대선 후보 반열에 올라섰다. 국민당이 가오슝 시장을 배출한 것은 꼭 20년 만의 일이다.

일부에선 가오슝 시장 선거가 민진당 참패의 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가오슝에선 2014년 7월 대규모 가스 폭발 사고가 벌어져 32명이 숨지고, 320여 명이 다쳤다. 사건 발생 초기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엔 대만 전역을 강타한 폭우 속에 가오슝에 물난리가 났다. 이때도 시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입길에 올랐다. 앞서 3선의 가오슝 시장이던 천쥐가 임기를 8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지난해 4월 총통부 비서장(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간 터라, 당시 가오슝 시정부는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유권자의 ‘심판’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2016년 집권 이래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노선’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 거리를 두는 한편 대미 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차이 총통이 미국 쪽에서 얻은 외교적 이익은 실체가 없어 보인다. 반면 중국의 반격은 매서웠다. 양안 관계가 공식 단절되면서 투자와 무역이 치명타를 입었다.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급격히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긴장 고조 역시 대만 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치·이념 공세가 패착 원인

“민진당은 ‘왜곡된 정보’를 동원했고, 지방선거란 특성을 무시한 채 ‘독립 대 통일’ 구도로 몰아갔다. 그게 패착이다.” 홍콩 신문 는 11월27일치에서 충치밍 타이베이교대 교수(행정학)의 말을 따 이렇게 짚었다. 실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은 유권자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중국이 대만을 집어삼킬 것’이란 주장이었다. 유권자 대부분이 경제 등 민생 문제에 집중한 반면, 민진당은 정치·이념 공세에 치우쳤다는 얘기다.

2016년 대선 때 차이 총통의 당선(득표율 56.1%)을 이끌었던 진보적 지지층도 일부 돌아선 모양새다. 이번 선거와 함께 실시된 10개항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국제 스포츠 경기대회 ‘타이완’ 국명 사용, 초·중·고 성평등·성소수자 교육 전면 도입, 동성결혼 합법화 등 민진당이 추진해온 핵심 의제 3건이 부결됐다. 안팎의 위기감 속에 대만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이 도드라져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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