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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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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싸우는 전쟁인가

피아가 불분명한 시리아 내전의 난맥상과

시리아·주변국·국제사회의 복잡한 속내
등록 2017-04-19 07:49 수정 2020-05-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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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리아 내전은 제갈량과 사마의가 힙을 합쳐 나선다고 해도 해법이 난망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인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뒤집고 정부군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적과 동지가 구분이 안 되는 시리아 내전의 난맥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슬람국가를 방조하는 이유

2011년 3월에 시작돼 6년째 벌어지는 시리아 내전으로 약 40만 명이 숨지고, 해외 난민 480만 명과 국내 난민 760만 명이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 난민 사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부추긴 한 동력이다. 유럽연합까지 위기로 몰아넣은 이 사태에 국제사회가 아직도 무기력한 이유는 내전을 끝낼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즉, 내전을 끝내고 그 이후를 책임질 힘과 명분을 가진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리아 국내에서는 현재 크게 세 세력이 다투고 있다. 아사드 정부, 이슬람국가(IS), 반군세력이다. 반군세력은 복잡하게 나뉜다. 자유시리아군(FSA)으로 대표되는 친서방 반군,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전선,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등이다.

이 세력들 사이의 피아 관계도 불분명하다. 아사드 정부, 반군세력, 이슬람국가는 서로 적대 관계이다. 내전이 발발하자, 시리아 정부군과 자유시리아군 등 친서방 반군 사이에 전투가 주로 벌어졌다. 그 와중에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넓혔다. 아사드 정부는 이슬람국가를 방조했다. 내전 구도를 세속주의 세력인 아사드 정부 대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로 만들어서 국제사회에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다.

2014년 6월 이슬람국가가 선포된 이후 국제사회가 이슬람국가 격퇴 전쟁을 벌이면서 전선은 복잡해졌다. 이슬람국가의 주적으로 미국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이 부상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세력을 뚜렷이 회복한 아사드 정부군 역시 이슬람국가 공세에 가담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군 세력은 아직까지 이슬람국가의 패퇴보다 영역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춘다. 아사드 정부의 주적은 여전히 자유시리아군 등 친서방 반군세력이다.

중동 역내 국가들은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슬람 시아파의 한 종파인 알라위파이던 아사드 정부는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반아사드이다. 아사드 정부 타도를 위해 친서방 반군세력을 지원하나, 내전 초기에는 이슬람국가에 대한 방조와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현재도 아사드 정부 반대와 타도에 초점을 맞추고 이슬람국가 퇴치는 후순위이다.

수니파 국가 중 비아랍 국가인 터키는 국제사회가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들어간 이후 가장 중요한 역내 국가로 부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자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막강한 자체 군사력을 가진 터키는 미군 등 서구 연합국에 인시리크 공군기지 등을 제공한다. 이 기지는 이슬람국가 폭격기의 발진지이다. 하지만 터키 역시 현재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주요 지상 전력인 민주시리아군 등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을 견제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터키는 반아사드이기는 하나, 시리아 내전에서 주적은 쿠르드족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의 쿠르드족이 사실상 독립적인 자치정부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터키-시리아-이라크-이란 접경 지대에 분포한 쿠르드족들이 가진 독립국가의 꿈이 커지게 된다. 특히 터키 영내에 있는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을 자극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가 득세하며 쿠르드족 영역을 잠식하고 압박하자 터키는 이를 방조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 지원 등으로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주요 전력으로 부상하자 터키 역시 이중 플레이로 대처한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지상 공세에 터키군이 개입하는 척하면서 실상은 접경 지역 쿠르드족 영역에 폭격과 공세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우려와 러시아의 계산

다음은 역외 강대국들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반아사드 입장을 표방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반아사드 외에 뚜렷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아사드 정부는 반서방 노선을 취해왔으나,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을 막는 방파제 구실도 해왔다. 미국은 반군세력의 핵심이 알누스라전선 등 이슬람주의 세력이라는 현실 속에 대책 없이 아사드 정부를 타도할 경우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대척점에 서서 철저한 친아사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는 내전이 발발하자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면서 중동에서 상실한 거점과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 역시 이슬람국가 퇴치가 우선순위는 아니다.

러시아는 지중해에 면한 타르투스 해군기지, 라타키아항 인근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확보하고 소련 시절보다 더 탄탄한 중동 지역 거점을 확보했다.

중국 역시 친아사드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사드 정부의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규탄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두 나라는 줄곧 아사드 정부를 반대하는 유엔 제재와 결의안을 거부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취임하면서 러시아와 협력해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고 이슬람국가를 격퇴하겠다는 시리아 내전 해법을 표방했다. 시리아 내전의 한쪽 당사자인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는 현실적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 이후엔 이들을 폭격하는 행동에 나섰다.

트럼프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아기가 죽어가는 사진을 보고 시리아 정부군 폭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럼 그는 그동안 수없이 언론 보도된 시리아 내전의 참상, 죽어가는 아이들을 처음 봤다는 말인가? 트럼프는 이번 폭격으로 국내적으로 그를 압박해오던 러시아 스캔들을 덮고 자신을 반대하던 공화당의 전통적 군사강경파의 지지를 얻어냈다.

적은 이슬람국가인가 아사드 정부인가

시리아 내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리아 내전에서 국제사회 공통의 적은 이슬람국가이다. 하지만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이슬람국가는 지금도 암묵적으로 방조되고 있다.

아사드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서구 국가들의 적이다. 그러나 지금껏 이들이 아사드 정부를 제거할 현실적 조처를 취한 것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정부군 시설에 미사일 폭격을 했지만 추가적인 군사 조처 등 적극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아사드 정부 타도가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은 도대체 누구와 싸우는 전쟁인가? 싸우는 주체는 누구인가? 국제사회가 답변을 내놓아야만 시리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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