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버려지는 음식을 구해내라

독일 푸드셰어링 단체, 슈퍼마켓 등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 구해내 웹사이트를 통해 나눠
등록 2014-10-03 13:03 수정 2020-05-03 04:27
지난 9월12일 아침 독일 베를린 독일연방의회 옆에서 ‘푸드셰어링’ 등 8개 시민·환경단체 소속 회원들이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가져다가 나눠주는 ‘게니스트운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12일 아침 독일 베를린 독일연방의회 옆에서 ‘푸드셰어링’ 등 8개 시민·환경단체 소속 회원들이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가져다가 나눠주는 ‘게니스트운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과 한번 드셔보세요.”

지난 9월12일 아침 8시. 독일 베를린 독일연방의회 옆길에서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현수막과 트레일러를 단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이더니 트레일러에 실린 음식을 바구니에 나눠 담았다. 그러고는 바구니를 목에 걸고 지나가는 시민과 연방의원들에게 빵, 과일, 시리얼바, 채소 등을 나눠줬다. 채소나 과일은 대부분 휘거나 못생겼다. 이들 앞에는 ‘음식은 먹으라고 있는 거예요’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한 명당 80kg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세계자연보호기금에서 일하는 마티나 플레켄슈타인은 “독일에서 매시간 400t의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독일인 한 사람당 80kg 이상의 음식물이 해마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음식을 나누자’는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푸드셰어링’(www.foodsharing.de)의 회원인 니코 벡은 “2012년 연방의회에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식료품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얼마나 버려지는지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며 독일 의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열린 시위는 ‘게니스트운스’(우리를 먹어요)라고 불리는 캠페인의 일환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 독일지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짜로 나눠주는 단체인 ‘타펠’, 푸드셰어링, 세계기아대책 등 모두 8개의 시민·환경단체가 뜻을 모으고 있다. ‘게니스트운스’는 음식물 낭비 방지 운동을 정치적 방향으로 끌고 나갈 계획이다. 이날도 각 시민단체 대표들은 의회에 “식료품을 낭비하지 않을 법안 제정에 더 힘써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 독일에선 푸드셰어링의 활약이 눈부시다. 푸드셰어링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버려지는 식료품을 구해 나눠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푸드셰어링의 발단은 발렌틴 투른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Taste the Waste·2011)이다. 이 영화는 엄청난 양의 멀쩡한 식료품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영화가 나온 다음해인 2012년, 투른 감독은 뜻이 맞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푸드셰어링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크라우딩펀드를 통해 400여 명이 1만유로 이상을 출자했다. 2012년 12월 정식으로 문을 연 웹사이트를 통해 독일은 물론이고 오스트리아, 스위스까지 식료품을 나눌 수 있다.

자원봉사자 3만여 명이 구해낸 식료품 10t

푸드셰어링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웹사이트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하면, 아직 멀쩡하지만 쓰레기통으로 향할 위기에 놓인 음식을 슈퍼마켓에서 구해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컨테이너에 버려진 식료품을 다시 꺼내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미리 슈퍼마켓 주인 등 사업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렇게 ‘구해낸’ 식료품 목록은 인터넷에 올라간다. 그 목록을 보고 나서 누구든지 푸드셰어링의 컨테이너에 가서 필요한 만큼 식료품을 가져갈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가져오고, 다시 누군가의 식탁에 올려지기까지 오가는 ‘돈’은 전혀 없다. 모두 무료다.

현재 푸드셰어링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3만여 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가 쓰레기통에 처박힐 위기에서 구해낸 식료품만 독일 전체에서 10t이다.

베를린(독일)= 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