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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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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댐에 살길이 막히다

캄보디아, 메콩강과 지류에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키로… 주민·생태계 위기에 놓인 가운데 각국 토건족들 몰려들어
등록 2011-08-25 17:43 수정 2020-05-03 04:26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의 라타나키리주 주민들이 지난 5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댐이 지어진다면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향을 등져야만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3SPN 제공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의 라타나키리주 주민들이 지난 5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댐이 지어진다면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향을 등져야만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3SPN 제공

캄보디아에는 프라혹이라는 전통음식이 있다. 리엘이라는 물고기를 잡아 만든 한국의 젓갈과 비슷한 생선 발효식품이다. 리엘을 깨끗하게 씻어 으깬 뒤 소금과 함께 절이면 20일 뒤부터 먹을 수 있고, 길게는 3년까지 보관하며 먹는다. 캄보디아 화폐단위가 리엘인 것을 보면 프라혹이 얼마나 일상적이고도 중요한 음식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국 기업도 댐 사업 검토 중

리엘은 캄보디아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메콩강에서 잡힌다. 메콩강과 만나는 다른 강에서도 잡힌다. 이들 강은 메콩강에 합류해 물의 순환을 돕고, 그 폭을 넓힌다. 서쪽에는 톤레사프라는 호수에서 시작된 톤레사프강이 있다. 동쪽에서는 라오스에서 시작된 세콩강과 베트남에서 시작된 세산·스레폭강이 메콩강과 만난다.

강에 기대어 하룻밤 새 그물을 놓아 잡히는 물고기로 살아가거나 새끼 물고기를 사다 어장에서 키워 되파는 사람이 많다. 어업은 농업과 함께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어민들은 개발에 밀려 생계 터전을 잃을 궁지로 몰리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전력을 자체 생산하려고 많은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력 보급률은 29%(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도시는 거의 100%에 이르지만 농촌은 12.3%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량이 적어 이웃 나라들로부터 수입한다. 지난해 225MW를 수입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67%를 베트남에서 들여왔다. 타이(32%), 라오스(1%) 등에서도 사들였다.

이런 사정 탓에 캄보디아 정부는 메콩강을 비롯해 그 지류에 대형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길이 300~400km에 이르는 세콩·세산·스레폭강을 보존하려고 현지 비정부기구(NGO)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은 미국 NGO인 AJSC의 협조를 받아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중국 기자들을 초청해 이런 위험을 경고했다. 도 지난 8월1~7일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3SPN에 따르면, 3개의 강에 9개의 댐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경안전선의 캄보디아 자회사인 KTC와 한국남동발전,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댐을 세우려고 검토 중이다. 모두 컨소시엄이 돈을 들여 완공한 뒤 30년간 운영하고 캄보디아 정부에 되돌려주는 수익형 민자 사업인 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이다. 중국의 광시전력회사와 베트남의 베트남전력공사(EVN) 등도 댐 건설에 적극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미 댐의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 세산강의 상류인 베트남 지역에 댐이 건설되자 물고기가 줄고 농토를 잃었다. 3SPN의 미치 민 사무총장은 “1996년부터 2001년에 걸쳐 캄보디아 국경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얄리댐이 세워졌다”며 “공사를 시작할 때는 물론 완공된 뒤에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거나 엄청난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사 중 댐이 무너지는 사고로 1996년 32명이 숨지고 농토가 유실됐고, 완공 뒤인 2009년에는 강물이 1962년 이래 최고 수위를 기록해 마을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랑이·코끼리 서식 국립공원 수몰 위기

주민들은 댐 건설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세산강 하류에 살고 있는 실라 라타(54)는 “(베트남에) 얄리댐이 만들어진 뒤 우기에는 물이 넘치고 건기에는 강바닥이 드러나는 등 변화가 심해졌다”며 “그로 인해 농토를 잃고 물고기 수확량도 하루 20kg에서 5kg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캄보디아에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주민들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우리에게 농지와 강을 잃는 것은 삶을 잃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의 메콩강과 지류에 건설 예정인 댐.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의 메콩강과 지류에 건설 예정인 댐.

한국 기업이 댐을 지을 예정이라고 알려진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 언론은 KTC가 7억달러를 들여 세산강 하류 지역에 세산3 댐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좀더 상류에는 프레악레앙1·2 등 2개의 댐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산3 댐에 직접 영향을 받는 라타나리키리주 포릉 코뮌(commune·한국 행정단위 중 군에 해당)에 사는 만 양은 “댐이 지어지면 9개 코뮌의 1천여 가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농지를 베트남 회사가 고무농장으로 개발해 근처에 옮길 곳도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프레악레앙1·2 댐 예정지는 비라체이 국립공원 안에 있다. 이 공원은 캄보디아 남서부의 프레아모니봉 국립공원과 함께 아세안 헤리티지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아세안 헤리티지 공원은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려고 동남아 국가 연합체인 아세안이 지정한 것이다. 비라체이 국립공원은 호랑이와 코끼리 같은 동물이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등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의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 주민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데도 댐 건설 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3SPN의 폴 험프리 대변인은 “지역 주민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도 2007년 캄보디아 정부와 베트남전력공사가 맺은 댐 건설과 관련된 양해각서가 2009년에야 공개되는 등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댐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는 언론 보도 외에 정보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3SPN은 KTC에 지난 6월 관련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댐 건설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한국남동발전은 올 초 프레악레앙1·2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KTC와 완전히 컨소시엄을 계약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사업성이 있는지 예비조사를 끝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본 조사를 벌여 캄보디아 정부와 정식 계약을 맺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전력은 캄보디아에서 소비되지만, 한국 기업들이 댐 건설을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와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계획에 포함될 것이고, 그 수준은 캄보디아 정부가 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방향 전환 필요”

하지만 3SPN은 댐 건설을 통한 전력 생산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치 민 사무총장은 “캄보디아 발전을 위해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대형 수력발전소 대신 소수력발전이나 태양열발전 등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의 손형진 연구원은 “댐 건설 과정에서 피해 주민 보상의 부재, 환경 훼손과 관광자원 소실, 수질오염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해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은 신중해야만 한다”며 “아직 화석연료나 대형 수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이 없는 저개발 국가의 경우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타나키리(캄보디아)=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참고 도서: (유재현 지음,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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