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짐 모리 일본 교토대학 교수는 “10년 안에 인도네시아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며 일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예언했다. 대지진(메가스러스트·Megathrust)은 진도 9 내외의 규모로, 하나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응축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해 발생하며 대형 쓰나미를 동반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04년 대형쓰나미로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마트라 인근에서의 9.1 규모 지진을 시작으로 이듬해 8.6 규모의 지진 등이 인근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해 큰 피해를 입힌 바 있다. 3월11일 오후 일본 도호쿠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짐 모리 교수의 예상은 적중한 셈이다. 이번 지진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 진도 8.8 규모로, 해일을 동반하고 있고 환태평양 지각판이 마찰하며 가라앉는 판 경계면에서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대지진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지진이 ‘일회적인 것이냐’다. 일부 전문가들은 1950년대부터 20년 정도 계속됐던 ‘대지진기’가 50년이 지난 2000년대에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른바 ‘50년주기설’이다. 그 예로 2010년 2월 칠레에서 발생한 진도 8.8 규모의 지진과 이전에 있었던 2004년의 인도네시아 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의 규모 8 지진, 2009년 미국령 사모아섬에서 있었던 진도 8 규모의 지진 등을 예로 든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1905년 지진 규모를 측정하기 시작한 뒤 칠레에서 있었던 9.5 규모의 지진이 지금까지 기록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며 “1950년대의 상황과 비교해봤을 때 대지진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이번 지진이 있기 이틀 전인 3월9일 일본 북동부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7.2의 지진을 예로 들며 “지각이 일정한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인접지역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근 이틀 사이 연이어 일어난 일본 지진처럼 앞으로도 큰 지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50년 전에도 대지진기가 20년 정도 지속돼다 평형 상태로 간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20년 정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이번 지진이 보기 드문 규모인 것은 맞지만, 원래 ‘불의 고리’라 불리며 한 해 전세계 지진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진이 잦은 환태평양판에서 발생 가능한 한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경계지역이며 이 지역에서는 언제 어느 때든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이번 지진을 두고 대지진주기설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현 기상청 지진관리관은 “지진은 각각의 규모만을 이야기할 뿐 대지진이라는 엄밀한 구분은 없다”며 “다만 환태평양판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진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얘기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관은 “주기설은 학자들이 수백 년, 수십 년 등으로 얘기하는데, 학자들의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정부에서는 과학적인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 지진으로 한국 해일 피해 입기도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지진 피해가 있을지 여부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어서 일본이나 칠레처럼 판과 판의 경계지역보다는 안전한 지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도 연평균 43회 지진이 발생하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지진보다는 해일이다. 이번 지진은 일본 동쪽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우리 쪽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서쪽 해안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3년과 1993년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피해를 입었다. 1983년 일본 혼슈 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 여파로 강원 삼척군에 최대 4m의 해일이 일어 선박이 전복되는 등 재산피해와 인명피해(사망자 1명)를 낳았다. 1993년 7월 일본 남서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동해안 전역에 0.5~2m의 해일을 만들어 어선 수십 척을 파괴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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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끔찍한 지진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3월11일 오후 일본 도호쿠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강진은 규모 8.8로, 일본 역사상 최악이다. 1891년 이후 1995년 한신(오사카·고베) 대지진까지 1천 명 이상 숨지거나 실종된 지진은 11건에 이른다. 일본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가장자리에 자리해 지진이 잦다. 국토 면적은 전세계의 0.25%에 지나지 않지만, 규모 6 이상의 강진 발생 비율은 약 20% 가까이 차지한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은 1923년에 일어난 간토 대지진이다. 1926년 도쿄 시청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9만1300여 명이 숨졌고 실종자만 1만3200여 명에 이른다. 규모 7.9의 강진이 인구밀집 지역을 강타하면서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인 오전 11시58분께 발생해, 식당 등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도쿄에서는 대화재가 일어나면서 밤 기온이 46℃까지 올랐다. 목조가옥이 밀집해 피해가 컸다.
간토 대지진은 재일 한국인에게는 역사적 악몽으로 남아 있다. 당시 대지진으로 사회 혼란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 등 유언비어가 조직적으로 퍼져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때 학살된 조선인은 2500~1만 명으로 추정된다.
1891년 아이치현과 기후현을 규모 7.9의 강진이 덮쳐 727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1896년 메이지 산리쿠 지진과 쓰나미로 2만1959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최근 사례로는 1995년 발생한 한신 대지진의 피해가 컸다. 1995년 1월17일 새벽 5시26분 서부 효고현 고베시 등 간사이 지방을 강타했다. 규모는 7.2였지만 진앙지가 도심이어서 피해가 컸다. 공식 사망자가 6433명, 부상자만 4만3792명을 기록했다. 이재민은 약 20만 명, 물적 피해 규모도 약 1400억달러에 달했다. 한신 고속도로가 무너져내려 1년8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복구됐다. 635m 구간의 교각이 휘어져 옆으로 누워버린 사진은 한신 대지진의 막대한 피해를 드러냈다. 수도·전기·통신이 두절되거나 가스관이 터져 큰 2차 피해를 입은 뒤, 전력선과 가스관, 통신케이블, 상하수도관 등을 모아놓은 공동구 건설이 본격화됐다.
이 밖에도 일본은 2003년 5월과 9월 두 차례의 지진으로 1천 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2005년에도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 한동안 일본은 큰 지진이 없는 듯했지만, 3월11일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도호쿠 지방에는 1933년에도 규모 8.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1522명이 숨지고 1542명이 실종된 바 있다. 이번 대지진은 피해가 집계될수록 사망 및 실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간토 대지진이 일어날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해 재난·재해에 대한 대피 훈련을 해오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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