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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휴전하라”

타밀인들의 정치조직 타밀민족동맹 소속 프리마찬드란 의원
등록 2009-04-09 09:04 수정 2020-05-02 19:25

“국제사회가 감시·감독하는 안전지대가 필요하다.”
타밀정당들의 연합체인 ‘타밀민족동맹’(TNA)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한 슈레스 프리마찬드란 의원은 ‘엘람인민혁명해방전선’(EPRLF)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1980년대 초반부터 강력한 무장투쟁을 벌이다 1987년 평화협정(‘인도-랑카 협정’으로 불린다)에 따라 무기를 반납하고 정당으로 변모했다. 이후 지도부가 암살당하는 등 한때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이하 타밀호랑이)와 갈등·경쟁 관계에 있기도 했다. 프리마찬드란 의원은 “인도적 재난을 막기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밀민족동맹 소속 프리마찬드란 의원

타밀민족동맹 소속 프리마찬드란 의원

-타밀호랑이 장악 지역의 인도적 상황이 심각하다.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의 식량·의약품 반입을 허용하고, 외국 언론의 취재도 허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상이라도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미명 아래 사실상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무차별 폭격으로 수천 명이 죽어나가고 있다. 이건 민족 말살이나 마찬가지다. 테러를 근절하겠다면서 타밀족을 근절하려 하고 있다. 지금 스리랑카 정부는 “승리만이 해법”이라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타밀호랑이와 같은 무장조직은 그런 식의 억압정책이 낳은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타밀호랑이를 배제한 정치적 해결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교전 당사자는 타밀호랑이다. 그들을 배제한 정치적 해결이 가능하겠나. 타밀호랑이 쪽도 정부와 협상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조직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타일호랑이 이외의 무장조직을 마치 ‘민주적으로 선출된 타밀족 대표’인 양 협상 파트너로 삼고 있는데…. 타밀인들은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타밀호랑이의 무장 수준은 어떤가.

=박격포 등 중화기를 다량 확보하고 있고, 항공기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치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0~30년은 게릴라 조직으로 남아 싸울 거다. 물론 타밀호랑이가 한때 사실상의 정부처럼 통치하던 ‘영토’를 대부분 잃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군이 이들 지역을 장악했다고 해서 타밀호랑이의 무장투쟁 자체를 끝장내지는 못할 것이다.

-타밀민족동맹과 타밀호랑이의 견해 차는 없나.

=우리는 타밀인들의 정치조직이다. 타밀인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타밀호랑이는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있지만, 우리는 의회에서 합법적으로 싸운다. 싸움의 목표가 같기 때문에 타밀호랑이의 ‘대리조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타밀인들이 선출한 대표다. 타밀족 출신 의원 23명 가운데 22명이 타밀민족동맹 소속이다.

-타밀호랑이가 2005년 대선을 보이콧하는 바람에 현재의 강경파 정권이 탄생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렇다. 대선 보이콧은 미친 짓이었고, 나도 동의하지 않았다. 무장조직의 한계였고, 잘못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모두 타밀호랑이에 전가해선 안 된다. 현 스리랑카 정부는 어쨌든 국민의 투표로 선출됐다. 정부가 자국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범죄 행위다. 1987년 인도 정부의 중재에 따라 평화협상을 받아들이고 무기를 내려놓은 이후 22년이 지났다. 그동안 스리랑카 정부는 협상 당시의 약속을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

-당장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뭔가.

=전투 지역에 갇힌 목숨을 구하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안전지대’는 의미가 없다. 전투 지역에서 탈출해 나온 젊은이들 상당수가 타밀호랑이로 의심받아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안전지대를 구축해야 한다. 유엔 평화유지군 등 국제사회가 치안을 맡고, 중립적인 국제 구호단체가 피난민을 돌봐야 한다. 타밀인들은 아무도 스리랑카군 통제 아래서 지내기를 원치 않는다. 스리랑카군은 타밀인의 적이고, 타밀인들이 싸워온 대상이다.

콜롬보(스리랑카)=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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