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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교회까지 털다니…

등록 2000-08-03 00:00 수정 2020-05-03 04:21

루마니아는 인구의 90% 이상이 정교회를 믿고 있다. 루마니아 중서부지역인 아르데알 지방은 8세기경에 이주한 작센인들이 거주한 지역으로 그들이 세운 복음교회가 잘 보존돼 남아 있다. 대부분 중세에 지어진 이 교회들 중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도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이런 교회들이 이제는 파손과 도난 때문에 두터운 쇠창살과 도난경보기를 달지 않으면 예배를 볼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 발생한 도난사건을 보면, 700여년 전에 세워진 시비우의 한 복음교회에서 90년 이후 15건, 루마니아 정교회에서 90년 이후 12건의 도난사고가 발생했다. 플로레슈티의 경우 심지어 예배를 보는 시간에 신도와 신부가 교회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형편이다. 헌금함을 훔쳐가는 것은 이제 도난사고로 여기지도 않을 정도이다. 8세기에 세워진 데알 프루모스의 교회는 건물 자체가 국보였지만 현재는 도난과 건물파손으로 폐허가 돼버렸다.
아르데알 지역 교회에서만도 도난으로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도둑들은 거의 집시이거나 집없이 떠도는 청소년들로, 이들은 훔친 물건을 대부분 헐값에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소중한 문화재의 손실이 너무 큰 것이다. 그러나 마을마다 몇개씩 있는 교회를 경찰이 일일이 지킬 수도 없다보니 도난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난경보기를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서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교회에서 돈을 모아 귀중품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과거 몽골족, 타타르족, 터키 등의 오랫동안 계속된 침입에도 강인하게 지켜왔던 그들의 유산을 이제는 좀도둑 때문에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부쿠레슈티=황정남 통신원jungn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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